`4전5기` 불발…대한항공,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 참패

1500억 모집에 120억 주문…2014년부터 5연속 실패
재무부담 우려 여전·기관투자가 비우량채 외면
  • 등록 2016-02-05 오전 10:30:19

    수정 2016-02-05 오전 10:30:19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올들어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 대한항공(003490)이 수요예측에서 참패를 맛보며 싸늘해진 투자자들의 시선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실적 부진과 갈수록 악화하는 재무상황에 대한 우려는 물론이고 `BBB+` 등급의 핸디캡을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17일 15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위해 전날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을 채우기는 커녕 발행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120억원을 주문받는데 그쳤다. 이경록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BBB+ 등급으로 추락한 대한항공의 미매각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지만 그 규모는 예상보다 컸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의 회사채 수요예측 실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부터 이번까지 총 5번에 걸쳐 80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확보한 투자수요는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 같은 전례가 있다 보니 회사채 발행에 나설 때마다 주관사를 선정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는 얘기까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번 수요예측에 앞두고서도 크레딧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대규모 항공기 도입, 자회사 지원 등에 따른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을 들어 대한항공의 수요예측 흥행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손실과 신규 항공기 도입을 위한 금융리스 부채 증가 등으로 대한항공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2010년 말 409%에서 작년 9월 말 1157%로 높아졌고, 차입금 역시 11조5123억원에서 15조4533억원으로 4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일각에선 유가 하락으로 유류비가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최근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이 그 기대감을 반감시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눈에 띄게 강화되는 기관투자가들의 우량등급 회사채 선호 경향도 대한항공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대한항공은 엔화표시 회사채 차환과 항공기 리스료 등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이번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17일 청약을 통해 추가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면 주관사와 인수단이 미매각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 이번 회사채 발행에는 동부와 현대, 키움,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았고 유안타와 KTB, 한화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대한항공은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8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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