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이 행장이 "흔들리지 않겠다. 자리를 지키겠다"고 선언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리은행의 `경영권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행장 취임 이후 거듭된 악재
예금보험공사는 25일 이종휘 행장에게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 행장(사진)이 예보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
지난 2006년 특별격려금 지급에 따라 `경고`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2007년 4분기 MOU와 관련해 경고에 상당하는 성과급 22.5% 삭감 조치를 받았다. 취임 직후에도 지난해 3분기 MOU에 대해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예보의 징계는 주의-경고-직무정지-해임 순으로 경중을 따지게 되는데, `경고`가 두 번 이상 누적되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임원 선임이 3년간 제한된다. 2006년에 이어 두 번의 `경고`가 누적된 이 행장은 연임이 불가능해졌다.
과거 파생상품 투자와 카드영업 등 공격적인 외형확대 정책의 후폭풍을 뒷수습해야하는 소방수 역할을 맡았으면서도 징계는 징계대로 받아야만 하는 이 행장의 얄궂은 운명은 행장이 되는 순간 예고됐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 이 행장, 조직 혼란 우려 "자리 지키겠다" 강조
이 행장과 함께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박해춘 전 국민연금 이사장과 황영기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차례로 사직하면서, 일각에서는 이 행장의 거취에 대해 말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이날 예보의 경고 조치로 이 행장에게 `연임 불가`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면서 이 행장의 통제권이 약해지고 조직 기강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영업력과 조직력을 다잡아야하는 시기에 행장의 임기 문제가 자꾸 거론되면 직원들의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이 행장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에 이르렀다. 이 행장은 최근 임원들과 모인 자리에서 "나가지 않겠다.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자리에 있던 우리은행 임원은 "박 전 행장과 황 전 회장이 사표를 내면서 이 행장에 대한 우려들이 나오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면서 "지금은 거취 문제를 논할 것이 아니라 임기를 지키고 은행을 정상화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주는 것이 진정으로 책임지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행장의 임기는 오는 2011년 6월까지로 2년 가까이 남아있다.
▶ 관련기사 ◀
☞우리은행, 돈 되는 신사업 찾아 나섰다
☞은행원은 추석연휴가 길다?.."행장님은 출장중"
☞예보, 25일 황영기 회장 징계안 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