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파병 납북, 42년 만에 인정한 정부…진화위 "중대 인권침해"

베트남 참전 군인 안모씨, 1964년 납북
정부, 2009년에서야 ‘납북피해자’ 인정
“피해자·유가족에게 국가가 사과해야”
  • 등록 2024-11-07 오전 8:00:00

    수정 2024-11-07 오전 8:00:00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정부가 베트남전에 파병됐다가 납북된 군인의 피해 사실을 42년 만에 인정하고, 그 가족들의 동향을 오랜 기간 관찰한 사건이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결정이 나왔다.

지난 9월 2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제6차 화해위원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진실화해위)
진실화해위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제90차 위원회에서 ‘베트남 참전 납북군인 및 가족 인권침해 사건’을 진실규명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이 사건은 1964년 8월 30일 베트남전에 파병된 안모씨가 1966년 9월 9일 실종된 후, 정부가 이 사실을 알았음에도 42년 만인 2009년에야 안씨를 납북피해자로 인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안씨 가족들은 ‘월북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오랜 기간 수사정보기관으로부터 수사와 동향 관찰을 당했다.

조사 결과 정부는 안씨가 외출한 후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음에도 1967년 3월 27일 평양방송이 안씨의 월북 사실을 보도할 때까지 안씨에 대한 행정 조사를 하지 않았다. 또 최소 1967년 5월 8일에는 정부가 안씨의 납북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안씨의 납북 정황을 판단했음에도 북한에 가게 된 경위를 조사하거나 송환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 안씨의 가족들을 수십 년간 관리하고 감시한 점은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봤다.

위원회는 “국가의 위법한 행사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하고, 이들에 대한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조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이날 1980년대 이적표현물에 해당했던 일본어 서적 복사물을 판매했거나 가방에 넣어 다녔다는 이유로 불법구금 등을 당한 정모씨와 최모씨 사건도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위원회는 “국가에 대해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 등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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