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A씨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주기적으로 필기시험을 봐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람을 인격으로 보면서 관리한다면 등급을 매길 수 없을 것”이라며 “기계로 본다면 그들이 상처 받는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보기엔 사람을 장악하기 위한 일들이 아니었다 생각한다. ‘너희는 우리의 말에 따라야 된다’라는 생각들이 있지 않았나 그런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필기시험에 ‘건물의 명칭을 영어와 한자로 써라’, ‘건물의 준공 연도가 어떻게 되는지 외워라’라는 등의 문제가 나온 것에 대해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시험을 봤고, (그 결과가) 동료들 앞에서 다 공개되고 그걸로 인해서 동료들이 마음 아파하는 것을 보고 같이 출근하는 시간에 저에게 많이 어렵다고 얘기를 자주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월 1일, 새로운 관리자가 들어온 다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시험을) 봤다고 한다”고 했다.
A씨는 “아무 예고 없이 봤다고 들었다”며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서 글을 모르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분들이 들었을 자괴감을 생각할 때, 동료들도 모두 같이 마음 아파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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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시험 안 보겠다고 항의하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에 “그분들(학교 측 관리자)이 인사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건물은 일하기가 좀 더 편한 곳이 있었을 테고 또 어떤 곳은 많이 힘들었을 곳도 있었을 텐데, 내가 저분들에게 잘못 보이면 어려운 곳으로 배치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A씨는 “관리자가 원하는 옷을 입지 않으면 무안을 줬다”고 폭로했다. “회의 시간에 일반 행정직 직원들 같이 회의하는 분위기를 살리고자 그랬다는데 깔끔한 정장과 구두, 여자 직원들에게는 가급적 아름다운 옷을 입으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제 아내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다들 기막혀 했다고 한다”고 했다.
A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학교 측은 “시험을 본 건 청소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에 대해 더 잘 알게 하고자 함이었고 회의에 참석할 때 정장 입으라고 한 건 바로 퇴근하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한편, A씨는 ‘직장 내 갑질’을 한 당사자들이 아내의 장례식에 온 사실을 뒤늦게 알고 개탄했다고.
이어 “만일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학교 측 관리자가) 오지 않도록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에서는 지난 2019년 60대 청소노동자가 숨진 데 이어, 지난달 26일 50대 청소노동자가 학교에서 사망했다.
노조는 사망한 50대 노동자가 100ℓ짜리 봉투를 매일 6∼7개씩 나르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으며 직무에 불필요한 시험을 보는 등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는 청소노동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전날 인권센터에 의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안전관리팀장은 다른 업무로 전환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