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戰)'승부사' 현정은의 배수진 전략 통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건설에 올인..`5.5조 써내`
현대차, 4천억 적은 5.1조 써서 현대건설 놓쳐
현대家 배수진의 법칙 이번에도 통했다
  • 등록 2010-11-16 오전 11:00:10

    수정 2010-11-16 오후 2:01:50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재계 21위 현대그룹이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을 누르고 16일 국내 최대 건설사 현대건설(000720)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6월 말 매각작업이 재개된 이후 5개월간 금융권은 한 목소리로 현대자동차(005380)의 우세를 점쳤지만, 현대그룹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전략적 투자자 유치 불발 등 숱한 난관을 이겨내고 현대건설을 되찾게 됐다.

불리한 싸움을 역전시킨 요인은 역시 베팅이었다. 현대그룹은 현대차보다 4000억원을 더 써내고, 현대건설을 되찾았다.

◇`승부사` 현정은 회장, 현대건설에 올인..`5.5조 써내`

진정호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상무의 말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현대그룹이 이변을 연출했다. 

16일 오전부터 현대그룹이 유리하단 평가가 채권단 내부에서 흘러나왔고, 이날 오전 11시 채권단은 결국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인수전을 가른 결정적인 승리요인은 역시 가격이었다. 현대그룹은 현대차보다 가격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비가격 요소에서 현대차가 앞섰지만 인수가격을 높게 쓴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며 "현대그룹이 4000억원을 더 썼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현대건설 인수가격을 4조원 안팎으로 예상했지만, 현대차는 5조1000억원을 썼고 현대그룹은 무려 5조500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家 배수진의 법칙 이번에도 통했다

승리 요인은 가격 만은 아니었다. 현대그룹 경영진이 채권단과 껄끄러운 관계에도 불구하고 죽을 각오를 하고 덤볐기 때문에 오늘의 승리가 있었다.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요구에 불복하고, 소송전까지 치르며 악수를 피해갔다. 그리고 독일 전략적 투자자 M+W그룹의 막판 발 빼기에도 불구하고 동양종합금융증권 등을 투자자로 유치해 인수 실탄을 보충했다.

이같이 신속한 대응은 현대그룹 경영진이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에 패하면,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적지 않은 힘이 됐다.

현대가에선 이같은 배수진의 법칙이 승리 요인이 되는 징크스가 있었다.

현 회장의 남편인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2000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그룹 경영권을 가지고 맞붙었을 때, 정몽헌 회장 쪽에 인재가 더 많았지만 정몽구 회장 쪽 가신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 현대자동차를 지켰다.

또 현 회장 자신도 2003년 정몽헌 회장의 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현대엘리베이(017800)터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였을 때도 불리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현 회장이 승리했다.

이같은 배수진의 법칙이 현대건설 인수전에도 통한 것이다.

* 현대건설 매각일지

-2000년 8월6일 정부, 현대건설 워크아웃 돌입
-2000년 10월30일 현대건설 1차 부도
-2000년 11월20일 현대건설, 1조2974억원 자구책 발표
-2001년 6월27일 채권단, 1조9575억원 출자 전환
-2001년 8월1일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
-2006년 5월25일 채권단 공동 관리 종료
-2010년 6월29일 채권단, 현대건설 매각 작업 재개
-2010년 7월21일 매각주간사로 메릴린치, 산업은행ㆍ우리투자증권 컨소시엄 2곳 선정
-2010년 8월11일 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참여 공식 선언
-2010년 9월27일 현대차, 현대건설 인수참여 공식 선언
-2010년 10월1일 채권단, 입찰참가의향서 접수
-2010년 11월15일 본입찰 참가신청서 마감
-2010년 11월16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 관련기사 ◀
☞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상보)
☞[스톡톡스]"현대그룹, 현대建 인수시 상선 주가 부정적"
☞[마켓in]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오전 11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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