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그 곳에 세워지고 있는 초고층 빌딩들처럼 두바이 경제의 위상을 높여 왔다. 금융 허브가 되겠다는 야심도 공공연히 보이며 확장 일로를 걸어 왔다. 그러나 위기 이전 전세계에 넘쳐났던 유동성이 두바이에 몰려 들어 붐을 이뤘지만, 상황이 반대로 치닫자 거품은 더 급격한 속도로 빠지면서 무너지고 있다.
국영 건설사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유예 선언은 이런 상황을 총체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 두바이월드, 채무상환유예 선언
두바이월드의 총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593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엔 만기가 내달 14일인 35억2000만달러의 부동산 개발 자회사 나킬(Nakheel) 사업부의 채무가 포함된다. 나킬은 두바이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거대 인공섬 `팜 아일랜드 프로젝트`로 잘 알려져 있다.
두바이 정부는 올해 초 두바이의 채무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금융 지원 기금(Financial Support Fund)`이 구조조정에 요구되는 비용 등을 산정하기 시작할 것이며, 그 일환으로 채무유예 상환을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은 항만 운영사 DP월드,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P&O 페리즈, 투자사 이스티스마르 그룹(Istithmar group), 나킬 등에 모두 적용된다.
◇ 디폴트 불안 `폭발`..공격적 확장위한 채무가 부메랑 충격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유예 선언으로 두바이 디폴트 우려가 커졌다. 두바이 전체 부채가 800억달러니까 두바이월드의 부채는 이의 3분의 2도 넘는다. 두바이는 부동산과 운송, 은행 부문의 공격적인 확장을 위해 호황기 때 여기저기서 많은 돈을 끌어다 썼지만, 아직 성장세가 여물지 못한 상황에서 이는 부메랑이 되어 충격을 가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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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에 따르면 내년 초까지 두바이가 상환하거나 롤오버해야 하는 채무는 9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바이 정부는 50억달러의 자금을 채권발행으로 조달했다고 밝혔다. 두바이 정부는 올해 초에도 U.A.E.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필립 로터 애널리스트는 "두바이월드의 구조조정이 자발적인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면 이는 디폴트를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소식은 축제일 이드 알 푸트르(eid holiday) 전일이라 두바이 금융 시장은 문을 닫은 상황에서 발표되어 자체적인 충격은 줄였지만 해외 시장에서 그 충격은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수정보 제공업체 CMA에 따르면 이날 두바이 채권의 부도위험률을 보여주는 5년짜리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 스프레드는 428.7베이시스포인트(bp)로 치솟았다. 전일 318bp에 비해 엄청나게 뛴 것. 카타르의 CDS도 급상승했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는 즉각 6개 두바이 국영 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켰다. 그리고 채무 상환 상황을 보면서 추가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무디스는 일부 국영기업의 등급은 정크 수준까지 내렸다.
S&P는 "두바이월드의 구조조정은 우리의 평가로 볼 때 디폴트가 고려될 수 있다"며 "두바이 정부가 핵심적인 국영기업에 시의적절한 금융 지원을 제공하지 못한 실패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두바이월드와 두바이의 디폴트 우려는 두바이 시장이 신뢰를 상실하는 차원보다 문제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면서 인근 은행권의 익스포저(exposure; 손실위험)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나킬이 발행한 이슬람채권(수쿠크)가 폭풍의 핵이 될 수 있으며, 이것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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