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자전거 `국내공장 올인` 성공할까?

정부정책 믿고 생산설비 국내이전..600억 `베팅`
`저가자전거 유통업체서 고부가제품 개발업체로` 행보 주목
  • 등록 2009-05-20 오후 1:45:32

    수정 2009-05-20 오후 1:55:16

[이데일리 박기용기자] 올해 주식시장 최대 흥행종목 중 하나인 삼천리자전거(024950)가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정부의 자전거 활성화 정책에 따라 생산설비를 국내로 이전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주로 10만원대 저가 제품만을 유통해왔던 터라 수익을 낼 수 있는 고부가 제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삼천리자전거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59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1만4900원으로, 증자로 조달된 돈은 공장부지 매입과 건물 및 기계장치 등 시설자금에 423억7000만원, 기타자금으로 172억3000만원이 쓰일 예정이다.

회사측은 "이번 증자자금으로 자전거 부품 등의 국내 연구시설과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천리자전거는 지난 2005년 충북 옥천의 공장을 폐지하면서 생산기지를 전부 중국으로 이전한 바 있다. 현재 국내에는 자전거 제조업체가 전무하며, 삼천리자전거와 참좋은레져, 알톤스포츠 등 유통업체 위주의 공급시장이 형성돼 있다.

◇ 경기침체로 판매 감소..정책수혜 효과도 기대난망

하지만 삼천리자전거의 시설설비 투자가 매출과 수익성 증대로 이어지기까진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재 국내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라 매출이 100%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삼천리자전거로선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가 난망한 상황이다. 실제 삼천리자전거의 판매량은 2005년 73만7000대, 2006년 78만7000대, 2007년 95만3000대로 증가했지만, 내수 침체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88만9000대로 전년에 비해 6.72% 감소한 바 있다. 

정부의 자전거 활성화 정책 역시 단기간에 자전거 관련 업체들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자전거 관련 법을 제정하고 꾸준히 자전거 관련 시책을 추진 중에 있다지만, 실제 지난 95년부터 자전거도로 정비 업무가 지방사무로 이양되면서 관련 투자가 위축돼 왔다. 이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시책이 주로 자치단체장의 관심 여하에 따라 추진돼 국가적 차원의 파급효과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삼천리자전거가 당장 준비해야할 것들도 적지않다. 10만원대의 저가 제품이 주력인 삼천리자전거로선 고부가 제품 개발 없이 기존과 그대로 저가제품 생산 설비를 도입하는 경우, 수익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연구개발 인력 확보부터가 문제다.

◇ 저가제품 유통업체 불과..연구개발 인력도 전무

권경배 한국자전거연구조합 이사장은 "국내 산업구조로 봤을 때 고부가 제품을 생산해야 겨우 수익을 낼 수 있고, 그런 고부가 제품의 경쟁력은 연구개발이 핵심"이라며 "삼천리자전거가 국내 생산기지를 만든다 하더라도 연구개발에 집중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야만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전거연구조합은 국산 자전거 연구를 위해 지난해 11월 지식경제부의 설립 인가를 받은 자전거와 관련한 유일한 정부과제 수행기관이다. 현재 정부의 자전거 활성화 정책의 주요 자문기관으로 활동 중이며, 코렉스, 삼현 등의 완성차 업체를 포함해 25개의 자전거 관련 업체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엔 국산화 시제품 1호인 `코브라`를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에게 전달한 바 있다.

삼천리자전거 경우 현재 자전거연구조합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2005년 이후 생산을 그만두고 제조업을 떠난 터라 연구개발 전문 인력도 전무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가 자전거의 경우 중국에서조차 인건비 등의 문제로 생산기지를 캄보디아 등으로 옮기는 추세"라며 "국내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동안 제조 활동이 전무했던 삼천리자전거가 갑자기 수익을 낼 만한 고부가 제품을 만들어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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