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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현장의 고민을 들여다봐야 한다. 부동산 거래에서는 매매계약 시 리모델링이나 증축 등 공사 완료를 특약으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사가 제때 완료되지 않아 매수인이 잔금 지급을 미루거나, 반대로 매도인이 공사 지연에도 불구하고 잔금 지급을 재촉하면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는 노후 건물을 매수해 리모델링한 후 사용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매계약에 리모델링 특약을 포함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경우 공사의 범위, 완료 시점, 품질 기준 등을 둘러싼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건도 이러한 맥락에서 시작됐다. 매수인은 2억2000만원에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잔금 시 지붕, 외벽, 마당 콘크리트 공사 완료’를 조건으로 했다. 그러나 매도인이 약속한 공사를 완료하지 못했고, 연장된 기한까지도 이행하지 못하자 매수인이 계약해제를 통보했다.
이번 판결로 실무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계약서 작성 시 특약사항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공사의 범위, 완료시점, 검수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나중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입증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 이행과정에서의 소통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공사 진행상황을 문서화하고, 지연 사유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무에서는 특히 다음과 같은 점들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공사의 세부 범위와 마감재의 종류, 품질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둘째, 공정별 완료시점을 단계적으로 나누어 명시하는 것이 좋다. 셋째, 공사 지연 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기준을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다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첫째, ‘공사 완료’의 판단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다. 둘째, 공사 지연이 불가피한 경우의 처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계약금 반환과 손해배상의 범위 산정 기준도 정립될 필요가 있다. 특히 날씨나 자재 수급 문제 등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으로 인한 지연의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또한 공사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에 대해서도 미리 약정해 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추가 공사가 필요한 경우의 처리 방안, 자재 변경이 필요한 경우의 절차, 공사 하자가 발견된 경우의 보수 책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두면 좋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부동산 거래가 한층 합리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 다만 계약 해제 요건을 너무 쉽게 인정하면 거래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분쟁 예방을 위해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성실한 이행 노력과 합리적인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단순히 법적 문제를 넘어, 우리 부동산 거래 문화의 성숙도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행정법원·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서울지방변호사회 청년변호사특별위원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