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수 동화약품 경영전략본부장 “다지기 시점...굳건한 구조 구축할 것”

  • 등록 2024-09-27 오전 9:14:51

    수정 2024-09-27 오전 9:45:55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127년 역사의 동화약품이 1600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미용·의료기기 사업에 진출한다. 동화약품 사상 최대 투자금액이다. 미래 핵심사업으로 낙점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키우려는 의지로 분석된다.

동화약품은 오는 12월 13일까지 총 1600억원을 들여 미용·의료기기업체 하이로닉(149980) 지분 1397만1431주(지분율 57.80%)를 인수할 예정이다. 1200억원으로는 구주 838만3277주를 인수하고 나머지 400억원은 신주 전환상환우선주(RCPS) 558만8154주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2007년 12월 설립된 하이로닉은 2014년 코스닥 시장에 꾸준한 성장을 해왔다. 하이로닉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150억 9000만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약 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8억 3000만원으로 약 147.8% 커졌다. 집속형 초음파 자극시스템(HIFU) 방식의 개인용 미용의료기기인 ‘홈쎄라’ 등이 주요 제품으로 꼽힌다.

이번 거래도 척추 임플란트 전문업체 메디쎄이 등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한 성경수 경영전략본부장(겸 메디쎄이 대표)이 앞장섰다. 그는 경북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 재무팀, LG생활건강(051900) 재경부문·일본법인 파트장 등을 거쳤다. 이전 회사에서도 M&A에 주로 관여하며, 관련 경력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 본부장은 4세 경영인 윤인호 동화약품 부사장의 ‘키맨’이다. 윤 부사장이 핵심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메디쎄이의 대표도 그에게 맡겼을 정도다. 동화약품과 메디쎄이, 하이로닉의 협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지난 12일 성 본부장과 인터뷰를 통해 하이로닉 인수 배경과 향후 동화약품 성장전략 등을 알아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성경수 동화약품 경영전략본부장. (사진=동화약품)


-여러 M&A 후보군 중 미용기기업체를 인수하게 된 배경은

△여러 전략적 이유가 있다. 우선 글로벌 미용·의료기기 시장의 높은 성장성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미용·의료기기 시장은 2021년 189억 달러(약 25조원)에서 2027년 376억 달러(약 51조원)로 커진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항노화 시장 부각, 가계 가처분 소득 증가, 시술 접근성의 향상 덕분이다. 특히 ‘K-뷰티’ 산업의 높은 인지도와 한국의 높은 의료 수준이 ‘K-미용 의료기’의 신뢰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기술 경쟁력도 앞선다. 국내 다수의 미용 의료기기 기업들은 레이저와 HIFU, 고주파(RF), 마이크로니들 등 다양한 장비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수익성도 높다. 미용 의료기기 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중 하나다. 미용 시술의 특성상 반복적, 지속적으로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장비 공급과 더불어 소모품 매출이 증가될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비즈니스 구조 자체가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이로닉의 핵심 경쟁력은

△하이로닉은 병원과 개인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수준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HIFU 미용 의료기기(DOUBLO)를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기존에 인수한 의료기기업체 메디쎄이 인수 이후 의료기기 제조·판매 사업을 해왔던 만큼 미용·의료기기 사업과 시너지가 기대된다. 양사의 각기 다른 수출처와 현지 판매망만 공유해도 투자 가치 이상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경쟁력도 높일 수 있게 된 것은 덤이다.

-미용·의료기기 부문은 전혀 다른 분야다. 성장 전략은

△동화약품은 기존 피부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관련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다. 미용·의료기기 부문에도 충분한 경험과 이해가 있다는 뜻이다. 피부과에서는 한 가지의 시술만 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영업망과 주요 이해관계자(KOL)를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할 수 있다. 하이로닉 인수 후 조직융합관리(PMI) 수행하는 과정에서 동화약품의 인프라에 기반해 체계적인 성장전략 방안도 도출할 예정이다. 이밖에 하이로닉과 협력할 국내외 파트너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배경은

△최근 몇 년간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유망 기업에 활발한 투자를 해왔다. 국내 최고(最古) 제약사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국내 척추 임플란트 시장 1위 기업 메디쎄이를 2020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단행한 M&A로도 주목받았다. 이외에도 디지털치료제 개발업체인 ‘하이’, 리브스메드, 제테마(216080), 뷰노(338220), 넥스트바이오메디컬(389650),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등에 투자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약국체인 운영 기업인 ‘중선 파마’(TRUNG SON Pharma)를 인수해 동남아 제약 및 미용 시장의 확장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 같은 개방형 혁신을 통해 동화약품은 최근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사상 첫 연매출 5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 과제는

△메디쎄이, 중선 파마, 셀트리온(068270) 일반의약품(OTC) 사업 그리고 이번 하이로닉 인수는 외부 기회를 활용하는 전략(Inorganic Growth)의 일환이었다. 이 같은 사업은 동화약품의 새로운 도약의 주춧돌이 되리라 믿는다. 추가적인 성장동력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다지기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기존에 인수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내재화하는 데 당분간 집중하려고 한다. 해당 토대 위에 굳건한 비즈니스 구조를 세운다면,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도 현실화할 것으로 본다.

(사진=동화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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