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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정권이 바뀐 지 1년이 지났지만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최근 만난 문화예술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유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지난 9일 예술경영지원센터 새 대표로 윤미경 전 국립극단 사무국장을 임명했다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으로 하루 만에 이를 취소해서다. 이 관계자는 “적폐청산을 내세운 정부가 블랙리스트 해결 의지는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체부의 이번 인사가 더욱 실망스러웠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전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 종합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이날 발표를 통해 윤 전 사무국장 재직 당시인 2014~2016년에 국립극단에서 블랙리스트를 통한 검열·배제 사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문체부가 윤 전 사무국장을 또 다른 블랙리스트 실행 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로 임명한 것에 문화예술계는 분노한 것이다.
새 정부 집권 이후 1년 동안 문화예술계에 변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관 합동기구로 설치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단체 342개·개인 8931명이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사실을 밝혀냈다. 바닥을 드러내고 있던 문화예술진흥기금은 2017년 545억원에서 올해 993억원으로 증액해 재원을 확충했다.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 지원금도 지난해 6만원에서 올해 7만원으로 1만원 인상했다.
문체부는 오는 16일 새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인 ‘문화비전 2030’을 발표한다. ‘사람이 있는 문화’라는 기조 아래 자율성·다양성·창의성을 주요 가치로 하는 이번 정책에는 문화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지난 1년 동안 변화를 실감하지 못한 문화예술계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태도로 새 정부의 문화정책 발표를 바라보고 있다. 정부가 문화예술계의 기대에 부응하는 변화와 혁신의 태도를 보여줄지 지켜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