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금융위기 후 환경 달라져..산은 재통합 불가피"

  • 등록 2013-08-27 오전 11:52:29

    수정 2013-08-27 오전 11:52:29

[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27일 4년만에 산업은행에 통합되는 정책금융공사와 관련 “금융위기로 민영화 추진동력이 약해졌고, 정금공은 당초 설립취지와 달리 자체적인 수익구조를 갖지 못한 채 산은과 대부분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재통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고 사무처장은 이날 정책금융 역할재정립 태스크포스(TF)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기능재편을 하지 않을 경우 정책금융기관간 불필요한 중복과 경쟁이 확대돼 향후 국가적 손실이 더욱 커질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다.

산은과 정금공의 통합 뒤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통합이 추진된 2009년 10월과 비교하면 790여명 늘어났고 예산도 증가했지만, 통합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의 일문일답

-산업은행 민영화를 중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산은-정책금융공사 통합은 4년 전 체제로 단순 회귀하는 것으로 사실상 정책 실패를 시인하는 것 아닌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시장여건 악화 등으로 지난 2008년 민영화 결정할 때보다 산은 민영화 추진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오히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안전판, 기업구조조정 등 정책금융 기능 강화 필요성이 증대됐다. 일본과 중국 개발은행 역시 민영화를 중단하거나 보류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정책금융 기능이 강화되는 추세다. 위기상황 장기화에 대응해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당초 설립취지와 달리 자체적인 수익구조를 갖지 못하고 산은과 대부분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금공은 산은과 통합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 상황에서 기능재편을 하지 않을 경우 정책금융기관간 불필요한 중복과 경쟁이 확대돼 향후 국가적 손실이 더욱 커질 우려가 높다.

-산은 민영화 중단시 산은의 CIB(Commercial Investment Bank) 계획은 백지화되는 것인지?

▲산은 민영화가 중단되더라도 그간 산은이 키워온 IB 역량을 정책금융에 적극 활용할 경우 산은의 IB 기능을 살리면서 정책금융 지원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산은이 벤처ㆍ신성장 산업기업 등에 대한 자금중개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경우 민간 모험자본 자금 공급이 확대돼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지원을 촉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 산은이 해외 프로젝트 자문ㆍ주선 업무를 적극 수행할 경우 해외프로젝트 자금공급이 활성화되고 상업금융기관의 고위험 해외투자 역량이 제고될 것이다. 산은이 민영화될 경우 IB 기능 등 산은의 풍부한 정책금융역량이 상업적 관점에서만 한정돼 활용됨으로써 오히려 금융 산업과 국민경제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과 정금공을 통합하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 아닌가? 산은 IPO(기업공개)는 이번 정부 내에 추진 가능한가?

▲산은과 정금공 분리된 시점이 2009년 10월인데 금년 7월말과 비교하면 790여명 늘어났고 예산도 증가했다. 통합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 하겠다. 통합 산업은행이 출범하면 이는 정부가 100%의 지분을 갖는 정책금융기관으로, 당분간 IPO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

-산은-정금공 통합시 BIS 비율 하락 및 지원여력 대폭 감소가 우려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현재 정금공, 산은지주, 산은은 연결대상이므로 통합하더라도 BIS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금공 BIS 비율 산정시 이미 산은지주와 연결재무제표 기준이 반영돼 있어 통합에 따른 자연적 BIS 비율 감소는 없다. 정금공 보유 산은지주 지분은 이미 연결재무제표 산정시 자동 차감된다. 바젤Ⅲ 적용 등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변동 감안해도 통합 전후 산은 BIS 비율 감소폭은 약 0.7%포인트 수준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통합시 신용공여한도 초과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순수하게 두 기관이 통합하는데 따른 것만 고려해 책정한 수치다. 앞서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BIS비율이 1.2%포인트 정도 하락한다고 예상한 것은 산은이 STX 등 구조조정과 관련해 충당금이 더 늘어나는 과정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산은-정금공 통합시 정금공이 수행하던 투자형 정책금융 및 중소기업 지원기능이 위축되는 것 아닌지?

▲통합 후에도 온렌딩 및 투자 등 정금공의 주요기능은 독립 부서에서 수행하도록 유지할 계획이다. 특히, 투자부문의 경우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모험자본 공급 필요성을 감안해 통합 이후에도 적극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산은도 PEF에 3조원, SOC에 8000억원, 벤처캐피탈에 4000억원 등 상당한 금액을 투자 형태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 산은 출범시 기존 정금공 투자업무와 결합해 투자부문 시너지 효과도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통합 산은이 LP로서의 투자 확대, 관련조직 정비(확대), 연도별 투자목표 부여 등 ‘종합투자업무 역량 강화’ 방안을 강구토록 할 예정이다.

-대우증권을 당분간 매각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는?

▲아직 대내외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아 기업구조조정 및 회사채 시장 정상화 노력 등을 지속해야 상황이다. 산은이 기업구조조정 등 시장안정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대우증권의 기능이 당분간 필요하다. 실제 대우증권은 STX팬오션, 금호산업 구조조정 시 브릿지론 지원,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주관사로 참여 등을 통해 채권은행(산은)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있다.

-수은과 무보를 통합하지 않는 이유는?

▲두 기관을 통합해도 무보의 업무는 별도 기금형태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수은 대출여력의 직접적인 확대 효과는 기대하기 곤란하다. 또 은행업과 보험업은 서로 다른 방식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므로 통합 운영이 불가하다. 무보기금을 수은 자본금에 활용하더라도 규모가 1조2600억원에 불과하며, 오히려 기금의 높은 레버리지 효과가 반감된다. 수은은 7조1000억원의 자본금으로 대출 45조9000어권 및 보증 39조 4000억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무보는 기금 1조1000억원으로 97조1000억원의 보험지원을 하고 있다. 두 기관을 통합하면 단기적으로는 수출금융 지원이 축소될 우려가 높다. 특히 금융기관별로 개별기업에 대한 여신한도를 설정하기 때문에 통합시 지원총액이 양 기관 한도합계를 초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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