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공무원’없는 공무원연금개혁

  • 등록 2015-05-01 오후 3:02:53

    수정 2015-05-01 오후 3:02:53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지쳤다’는 표현이 꼭 맞다. 공무원연금 특별위원회와 대타협기구를 구성하고 꼬박 116일을 내리달렸다. 특위 종료일을 하루 앞둔 1일에도 여(與)·야(野)·정(政)·노(勞)는 매번 ‘숫자’만 놓고 머리를 굴렸다. 어렵게만 들리던 ‘기여율·지급률’도 이제는 영 새롭지 않다.

이날도 숫자만 나왔다. 기여율 8~10%, 지급률은 1.69~1.9%까지 그 사이를 촘촘히 메우며 노·사·정·노는 자기만의 ‘큐브’를 만들어 던지고 뭉개고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정작 중요한 ‘공무원의 특수성’이라는 직업적 가치는 한참 뒤로 밀렸다.

국가에 대한 공헌이나 사회경제적 희생에 대한 보상이라는 ‘직업특수성’을 테이블에 먼저 올려놓고 그 가치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는 순서가 맞다. 숫자가 먼저 나온 순간 이미 직업적 가치보다 수익비가 여론을 장악했다. 보험료 대비 연금액 비율인 수익비가 국민연금의 경우 1.3~1.8배인데 반해 2010년 이후 재직 공무원의 경우 2.3배로 훨씬 높다는 식이다.

공무원 노조 지도부조차 이들 가치를 숫자 뒤에 숨겼다. 공무원의 직업특수성을 베타(β)값으로 산정해 숫자(0.15%)를 앞세웠다. 일반 국민은 숫자가 보였기 때문에 직업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한선 1.9%를 내세운 공무원 노조 측의 자체안을 보고 혀를 내둘렀던 이유다.

그러니 소수점 이하 숫자하나가 바뀔 때 마다 직업적 가치도 덩달아 춤을 추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이제는 기여율과 지급률 막판 타협작업으로 수치가 마구 뒤바뀌다 보니 그간 논의했던 공무원 직업가치 부분은 의미가 없게 됐다.”(실무기구 야당 측 관계자)

정부·여당이 제시한 연금개혁안 국회 본회의 통과 시점인 오는 6일까지 단 5일 밖에 남지 않았다. “5년 뒤 또다시 연금개혁을 할 수 밖에 없다”(김진수 연세대 교수)는 관측이라면 지금부터라도 공무원들의 직업적 특수성을 논하는 건 어떨까.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에는 ‘공무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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