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th SRE)④`중간등급`으로 변질된 `아웃룩`

  • 등록 2007-10-31 오후 2:13:26

    수정 2007-10-31 오후 2:29:37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지난해 9월 한국신용평가는 크라운제과(005740)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회사채 투자자들은 이 조치를 등급하향을 예고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1년여 뒤인 지난 10월10일, 한신평은 크라운제과의 신용등급을 돌연 한 등급 상향조정했다.  (관련기사☞등급하향 예고됐던 크라운제과, 신용등급 상향조정)

SK케미칼(006120)의 신용등급은 `BBB+`이고 등급전망은 `긍정적(Positive)이다. 그러나 `긍정적`이라는 꼬리표가 달린지 2년이 됐지만, 등급은 아무런 변동이 없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등급전망 제도를 도입한지 5년이나 지나도록 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등급전망을 하나의 중간등급쯤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데일리가 실시한 제6회 신용평가전문가설문조사(SRE)에서도 등급전망(Credit outlook)과 신용상태 감시대상(Credit watch)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졌다. 

◇등급전망제도 `부적절` 평가 늘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이같은 제도가 `부적절하다`, 혹은 `다소 부적절하다`고 답한 이들은 모두 46명으로 39%에 달했다. 지난 4회 33명(29.2%)에서 5회 41명(35.7%)으로 늘어나는 등 갈수록 불만이 커지는 모습이다. 

`적절하다`와 `다소 적절하다`는 의견은 29명(24.5%)으로 4회(38명, 33.6%), 5회(31명, 27%)에 이어 꾸준히 감소했다. 
 
등급전망과 감시 제도에 대한 평가(이데일리 6회 SRE)

이들 제도에 대한 불신은 크레딧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크레딧애널리스트 가운데 `다소 부적절하다` 또는 `부적절하다`고 답한 경우는 27명으로 지난 조사의 20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반면 비크레딧애널리스트 중에는 19명이 이같이 답해 21명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자문회의에 참석한 자문위원들은 등급전망이 잘못 사용되고 있다며 이미 의미를 잃어버린지 오래라고 입을 모았다.

◇잘못된 신호는 시장의 판단을 교란 
 
한 자문위원은 최근 크라운제과의 갑작스러운 등급 조정을 거론하면서 "쇼킹했다. 좌측 깜박이를 넣고 우회전했다"고 표현했다. 시장의 합리적인 예측을 돕기 위한 아웃룩이 오히려 시장의 판단을 교란했다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2년 넘게 ‘긍정적’ 아웃룩을 고수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깜박이를 넣고 마냥 직진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한기평은 홈페이지에서 `등급전망` 제도를 소개하면서 "등급전망과 이후 등급변화 사이에 상당한 수준의 상관관계를 확보해야 등급전망의 유용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단선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위험한 논리"라고 설명을 달아놓았다. 등급전망이 신용등급 변경을 위한 절차상 예고가 아니기 때문에 등급전망 의견과 다르게 신용등급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
 
아웃룩이 절차상의 예고가 아니라는 점은 자문위원들도 인정했다. 하지만 자문위원들의 문제제기는 단순히 몇 건의 예외적인 현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또 하나의 등급`으로 변질 

한 자문위원은 "등급전망을 오래 달고 있었다면 크레딧상 변동요인이 그만큼 지연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지금 등급전망을 오래 달고 있는 경우는 이런 이유에 따른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자문위원은 "애널리스트가 `긍정적` 등급전망을 달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사후적으로 결과가 맞는다면 이같은 등급전망이 정당화되겠지만 이유 없이 달아놓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결국 등급전망을 당초 취지와 달리 하나의 중간 등급으로 변질시켰다는게 시장 참여자들의 중론이다. 회사 펀더멘털이 좋아질 것 같긴 한데 등급을 올리기에는 좀 약하니까 등급전망을 `긍정적`으로 제시하는 식이다.
 
한 자문위원은 "사실 평가자 입장에서는 등급 단계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등급전망은 애매한 부분을 메꿔주기에 아주 좋은 수단"이라며 "이것은 완전히 또 하나의 등급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자문위원은 "극단적으로 보면 발행사의 등급상승 요구를 달래는 마케팅 차원의 무마용 수단"이라는 말까지 했다.
 
등급전망의 시장가치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반응이었다. 한 채권 매니저는 "그동안 등급전망 변화가 큰 시그널을 준 경우가 많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채권 시장 참여자들은 전망 자체에 크게 주목하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그것이 옳든 그르든 나름대로의 위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조금 다른 입장을 보였다.
 
한 외국계 보험사 크레딧 담당자는 "등급전망 제도가 회사 내용이나 등급변경에 대해 보다 분명한 시그널을 줘야 하는게 맞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어서 문제"라며 "신평사에서 등급전망에 대한 운영을 잘해야 신용평가 전반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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