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시장 경색은 물론 한미 통화스와프로 안정을 기대했던 외환시장에서까지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ELS발 유동성 경색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한국은행의 기업어음(CP) 매입, CP 관련 펀드 조성, 콜(Call:금융기관간 단기자금거래)차입 한도 완화 등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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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주요국 지수 급락에 대형증권사들에서 각 1조원대의 마진콜(추가증거금 납부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코스피, 홍콩 H지수, 유로스탁스50, 니케이225, S&P500 등의 주요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지수연동형 ELS는 30조원 규모다. 대형사들은 지수형 ELS를 포함해 각 사당 4조~7조원 가량의 ELS 발행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담보유지비율을 맞추기 위한 추가 증거금 납부(마진콜) 요구가 잇따랐고,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미래에셋대우(006800) 등은 보유현금, 단기자산 매각, CP 발행 등으로 각 사당 1조원대 마진콜 납부를 마쳤다. 삼성증권 등은 보유한 CP나 회사채 등을 매각하지 않고, 1조원 규모로 자체 CP를 발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의 실무자와 대표이사 등을 잇따라 소집해 CP시장 등 긴급 실태 파악에 나섰다. 지난 19일 밤 600억달러의 한미 통화스와프로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외환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단기자금시장 경색 심화 우려 때문이다.
증권업계, CP 직매입 콜차입 한도 완화 등 요청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사장단은 한국은행의 CP 직접 매입과 콜차입 한도(증권사 자기자본의 15%) 일시 해제 등의 대책을 요구했다”며 “대부분 ELS 마진콜로 어려운 대형사들의 요구였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이동걸 산업은행장도 한국은행에 CP 직접 매입에 나서는 등 보다 적극적인 유동성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상태다. 이는 CP 등 단기자금 조달에서 금리가 급등(채권가격 급락)할 경우 하위등급 등 취약한 기업부터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큰 문제는 증권사보다 일반기업”이라며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일반기업 CP도 매입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 등에서 (증권사에) CP를 매도하지 말라고 하려면 콜차입 한도를 완화해주면 된다”면서 “현재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일률적인 레버리지 규제는 쓸데없는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콜차입 한도 완화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콜시장은 사실 은행들의 시장”이라며 “증권사들이 자체 헷지 등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했는지 등에 대해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콜(금융회사간 단기자금거래)차입한도는 자기자본의 100%였지만, 콜머니를 신용융자 등 변칙적 목적으로 사용하며 시스템 리스크를 키운다는 지적에 2011년 6월부터 자기자본 25%로 대폭 축소했다. 이후 2015년 1월부터 한국은행 공개시장조작대상(OMO)증권사 16곳 등에 한해 자기자본의 15% 이내에서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