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는 중국夢] ②시장과 엇박자 내는 베이징 컨센서스, 한계 달했나

中정부 시장 개입, 잇단 실패
달라진 경제환경..시장 기능 인정해야
  • 등록 2016-01-10 오후 3:25:10

    수정 2016-01-10 오후 3:25:10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이번 증시폭락 사태로 불거진 중국경제 위기론은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제식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경제는 시장의 자율적 기능이 미미해 당국의 정책 실수가 잇따를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 사태는 중국 당국의 시장 통제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통제 능력 의심받는 관치경제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의 핵심이 된 증시 폭락에 대한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 초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코스피나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수익률에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 사이 중국 증시는 한국 증시에 비해 훨씬 높은 변동성을 보여왔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이같은 증시의 높은 변동성은 중국 금융당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중국은 증시 시장화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10년 공매도와 신용융자 거래를 도입했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레버리지가 커지자 증시 변동성은 더욱 커졌고 뒤늦게 당국은 이들 거래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 증시는 80% 이상이 개인 투자자이고 이들은 부화뇌동해 투자에 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시장을 키우는 데에만 골몰한 나머지 이들에 대한 안정 장치 마련에 소홀했고 이는 증시 변동성 극대화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진 것이다.

변동성이 커진 시장 상황 하에서 중국 정부는 연이어 뒷북과 오락가락 정책을 내놓으며 혼선을 부추겼다. 상황이 이렇자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중인 금융개혁에 대해서도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금융개혁은 외국계 대형 금융회사들의 중국 시장 진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중국정부의 개혁 노선도 혼선을 빚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중심을 잡아야 할 중국 금융당국이 오히려 더욱 조급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시장 개입 과정에서 잇단 정책적 실수로 이어졌다. 야심차게 내놓은 서킷 브레이커 제도는 시행 일주일 만에 전면 중단에 이르렀고 대주주 매각 금지 조치에 대한 규정도 계속 바뀌고 있다. 당초 3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신규 기업공개(IPO) 등록제가 연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고 선전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선강퉁의 시행도 이제 불투명해졌다.

에인절 유바이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중국 당국이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실패로 돌아간 시장개입 때문에 당국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환경 변화..“시장 자율성 존중해야”

이는 중국이 1979년 개혁개방을 선언한 후 도입한 통제식 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그동안 일당체제의 정치적 권위주의 하에서 서구식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해 정부 주도의 점진적인 경제발전 모델을 형성해 왔다. 중국의 주요 산업 발전은 정부 소유의 국유기업들이 주도해 왔고 이같은 중국식 시장경제 시스템은 고성장 시기에 별다른 잡음없이 추진력을 얻기에 효과적이었다. 국가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해 개인의 자유보다 국익을 앞세우며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최근 3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식 시장경제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 이른바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가 신흥국들 사이에서 더욱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고성장 시기를 끝내고 중속(中速)성장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중국 정부가 앞장서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을 강조하며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경제구조는 생산과 투자 위주에서 소비 위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또 위안화 국제화 등을 추진하며 세계 시장에서 금융 패권을 쥐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국 소비자들의 소득과 소비 수준이 급격히 높아졌고 자본시장 개방도 가파르게 이뤄졌다. 중국 소비시장에서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자본시장 역시 시장 기능이 강화되기에 이르렀다. 시장 기능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정부가 내놓는 제도에 시장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고 서투른 시장 개입 등의 폐해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심리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중국 정부의 서투른 대응이 최근 더욱 뭇매를 맞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도 불안한 증시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보여준 노골적 관치에 대한 비난이 거셌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시장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실물경제 불안이 더해지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측면도 있다. 올 들어 발표된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계속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중국 경기둔화에 우려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관치경제가 이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며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정책 시행보다는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읽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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