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시위` 28시간 대치가 부른 논란…`집회 자유 vs 안전`

경찰, 트랙터 상경시위 28시간 동안 통제
집회 주최 측 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
경찰 "안전 문제 있을 것으로 보여 통제"
전문가들 `집회 중재 기능` 강화 목소리
  • 등록 2024-12-24 오전 9:02:34

    수정 2024-12-24 오전 9:02:34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시위에 나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집회가 일단락됐지만, 경찰의 조치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전농과 연대해 집회에 참여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경찰이 집회를 과도하게 막았다고 비판했으나, 경찰은 정당한 조치였다고 주장해 집회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에서 트랙터들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농과 경찰의 28시간 넘는 대치를 두고 집회 통제 문제가 또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상행동은 집회 당일 경찰의 차벽 설치와 집회 통제에 반발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고 24일 밝혔다. 계엄사태의 피의자인 정보사령부 정모 대령을 변호하는 김경호 변호사도 집회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했다며 방배경찰서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전농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2일 트랙터 30여대와 화물차 50여대를 이끌고 서울로 진입을 시도한 시위대는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경찰에 의해 28시간가량 이동이 저지됐다. 대치는 오후 3시 50분쯤 트랙터 10대만 이동하는 조건으로 해소됐고,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 인근 한강진역에서 별도로 열린 집회에 합류했다. 이 과정에서 차벽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민주노총 조합원 2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이들은 이튿날(23일) 오후 모두 석방됐다.

앞서 경찰은 교통 정체와 안전문제를 이유로 트랙터 시위에 제한 통고를 내렸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트랙터를 왜 막았느냐’는 질문에 “안전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판례상 일부 제한통고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 직무대행은 “(21일) 광화문에 자유통일당과 민주노총 집회 등에 약 6만명 정도가 있었고, 그쪽으로 진입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트랙터 34대가 한번에 집회 시위 현장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경찰은 주요 도시 및 도로에서의 집회·시위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추모 인파를 제한하고자 서울시청 앞 광장을 차벽으로 둘러싼 경찰의 처분에 대해 시민의 통행을 가로막는 과잉 처분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고, 2016년 서울행정법원은 박근혜 정부의 탄핵을 요구하는 전농의 트랙터 행진에 대한 서울 종로경찰서장의 옥외집회·행진 금지통고에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결정 등을 근거로 ‘트랙터 시위’ 주최 측은 경찰의 제한이 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회 제한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해서 이러한 형태의 극렬한 충돌로 이어져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박진영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강경 집회가 늘면서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입장을 절충하는 과정이 사라졌다”며 “갈등을 줄이기 위해 무너진 대화와 토론을 회복시킬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특수장비를 포함한 집회 품목 규정을 구체화해 갈등의 소지를 줄이고, 대화경찰에게 집회 참가자와 타협할 권한을 더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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