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사무총장 "CBDC, 미래 통화시스템 중심…인프라 구축해야"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 기조연설
"현 금융시스템 파편적…하나로 묶는 공통 플랫폼 필요"
"토큰화 핵심…CBDC 발전 필수적, 정부가 주도해야"
  • 등록 2023-11-23 오전 10:00:00

    수정 2023-11-23 오후 2:11:08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국제결제은행(BIS)이 미래 통화시스템의 중심에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상업은행 예금의 완전한 토큰화와 여타 토큰화된 자산들의 공통 디지털 인프라 결합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BIS는 이같은 과정을 중앙은행과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조연설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CBDC와 미래 통화 시스템’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현 금융 시스템 안에서 세계 각국 사회의 많은 구성원이 여전히 충분한 지급결제, 신용 서비스 등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 간 거래의 연결성이 미약하다는 점이 두드러지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는 우리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자금 배분을 어렵게 하며 소득 불평등을 가중시킨다”며 “가장 큰 원인은 금융시스템이 파편적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파편화된 금융시장과 금융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공통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합원장’(unified ledger)을 공통 플랫폼으로 제시했다. 그는 “통합원장은 금융시스템의 다양한 구성 요소가 원활하게 함께 작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며 “특히 중앙은행 화폐와 상업은행 통화로 구성된 통화시스템을 다른 자산들과 결합해 즉시 지급·청산·결제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통합원장이 원활히 작동되기 위한 핵심은 ‘토큰화’라고 설명했다. 토큰화는 돈과 자산을 프로그래밍 가능한 원장에 디지털 형태로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토큰화의 첫 번째 단계는 화폐의 토큰화다. 따라서 CBDC의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화폐 시스템을 토큰화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토큰화된 화폐를 넘어 정부채, 주식 또는 부동산 등기부와 같은 다른 금융·실물 자산에 대한 청구권을 토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토큰화를 위한 기술은 이미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시스템을 통합하거나 연결해 상호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프로토콜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진정한 과제는 이러한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법률과 규제 프레임워크, 거버넌스, 통신 프로토콜 등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은행과 금융당국, 정부가 새로운 인프라 구축 과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중앙은행들은 프로그램 가능한 기관용 CBDC를 개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상업은행 예금을 디지털화하는 예금의 토큰화를 용이하게 해줘야 하고, 정부는 가능한 한 많은 자산군의 토큰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방대한 거버넌스와 법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고 적절한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2017년 취임 이후 BIS 혁신 허브를 설립해 혁신적 금융기술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분석하고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중앙은행 간 국제 공조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그간 국제회의에서 CBDC 사업을 선제로 추진하고 있는 한은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의견을 표명해 왔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이러한 비전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는 직접 움직이고 실험해 봐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의 집단 경험과 지혜, 그리고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금융의 미래에 대한 공유된 비전이 우리를 인도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방한 기간 중 정부와 금융계 고위 인사들을 만나 면담하고 국내 주요 IT 기업들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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