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그야말로 `파격`이다. 8일 인사를 통해 부회장직에 오른 이종근
동부제철(016380) 사장의 초고속 승진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날 인사를 통해 이 사장은 우종일 동부한농 사장, 이재형 동부라이텍 겸 동부LED 사장과 함께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불과 한달 여 전만 해도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그가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사장-부회장`으로 연이어 승진하자 회사 안팎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이런 `파격인사`를 단행한 회사가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적 색깔`의 동부그룹이기에 더 의아하다는 평이다.
사실 이종근 신임 부회장은 그룹내에서도 `차세대 CEO감`으로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시기가 문제였을 뿐 언젠가는 CEO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에 대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신임도 두텁다.
하지만 시점이 다소 빨라 보인다. 게다가 CEO를 맡고 있는 이수일 부회장은 아직 임기 2년의 절반도 못 채웠다. 동부그룹에서 임기를 못 마치고 물러나는 CEO는 흔치 않다. 이 부회장은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사실상 경질된 셈이다.
무엇보다 그룹 오너인 김 회장이 속히 동부제철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선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영업· 마케팅 문제로 여겨 `마케팅 전문가` 이수일 부회장을 수장으로 앉혔으나, 좀처럼 실적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점도 김 회장이 `CEO 교체`라는 강수를 두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내년 이후 철강 업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원투수`의 투입시점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도 배어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77년 동부제철에 입사해 34년간 이 회사에서만 근무한 인물이다. 동부제철의 핵심사업인 열연과 냉연 사업부문을 두루 거쳤고, 생산·기술·영업·기획관리 등에서도 경험을 쌓은 `철강 전문가`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회사를 종합적으로 아우르고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CEO 교체는 선제적인 관리능력 확보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업에 정통하고 회사 전 영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종근 부회장이 위기 극복의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내년 초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된다. 취임 9개월 만에 물러나는 이수일 부회장의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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