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독신생활 탓`..어린이대공원 코끼리 `태산` 숨져

75년 서울시민과 첫 인연.. 터줏대감 노릇
사별후 외로움 탓 스트레스로 노화 심해져
  • 등록 2011-10-25 오후 2:07:00

    수정 2011-10-25 오후 2:58:29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지난 2009년 9월 사람에게 돌팔매질을 했다는 해프닝으로 유명해진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아시아코끼리 태산이를 더이상은 볼 수 없게 됐다.

25일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서울어린이대공원을 37년간 지켜온 아시아코끼리 태산이는 지난 13일 낮 12시40분께 쓰러져 숨졌다. 건국대 수의과대학과 서울동물원 공동 부검결과, 직접적인 사인은 순환기장애에 의한 심장마비로 확인됐다.

태산이는 동국제강(001230)이 1975년 5월, 개장 2주년을 맞은 서울어린이대공원에 기증해 서울시민들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0년 4월 작고한 동국제강 고(故) 장상태 대표가 "어린이대공원에 코끼리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태국에서 코끼리 한쌍을 구해 선박편으로 20일간 운송한 것.

▲ 서울어린이대공원 코끼리 태산이의 생전 모습
공원측은 지난 86년 빨리 자랄 것을 염원하며 태산이(♂) 태순이(♀)로 이름 붙였다. 태산이는 몸무게 5톤, 국내 최대의 자이언트 코끼리로 성장해 어린이대공원을 상징하는 터줏대감이 됐다.

태산이-태순이 커플은 낯선 어린이대공원에서 단란한 결혼 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행복은 영원하지 않았다. 96년 1살 연상의 아내 태순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태산이는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을 크게 해쳤다. 시간이 흘러 다행히 사별 1년 전 태어난 아기 코끼리 `코코`를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90년대말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최고 인기스타는 태산이-코코 부자(父子)였다. 하지만 육아에 흠뻑 빠진 태산이에게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코코가 7살이던 2002년 심낭염 때문에 사랑하는 코코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것.

삶의 희망이었던 코코를 잃은 태산이는 몸과 마음이 급격히 쇠락한다. 행동이 느려지고 눈망울엔 힘이 사라져 사육사들이 온갖 비법(?)을 동원, 원기를 회복시키려 했지만 노화를 막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외로움 탓이라고 여긴 공원측은 아내인 태순이와 사별한 지 15년째인 지난해 7월 공단은 국내 동물원 코끼리의 대가 끊어지지 않게 캄보디아 왕국에서 코끼리 한쌍(캄돌이, 캄순이)을 기증받았다. 태어난 고향이 다르고 세대차도 많았으나 모처럼 가족의 훈훈함을 느낀 덕분인지 지난 1년간 태산이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고 한다.

코끼리의 수명은 약 50세. 1974년 11월생으로 오랜 독신생활의 스트레스로 노화현상이 심했던 태산이의 38년간 삶은 여기까지였다.

서울시설공단은 1975년부터 서울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온 태산이를 기리기 위해 이날 오후 2시 어린이대공원 남문 앞에서 위령제를 지내줄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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