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인보사’, 미국서 부활할 수 있을까

FDA, 코오롱 ‘인보사’ 임상3상 재개 승인통보
코오롱,"인보사 미국 품목허가까지 이뤄낼 것"
인보사 책임 둘러싼 민형사소송서 반전기회 맞아
임상재개, 미국,유럽등 판로확보 계기삼을 것
  • 등록 2020-04-12 오후 4:50:18

    수정 2020-04-12 오후 7:37:01

[이데일리 류성 노희준기자]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가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인보사는 허가 당시 연골세포로 서류에 신고한 것과 달리 신장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지난해 5월 품목허가 취소결정을 받으면서 이슈가 됐던 의약품이다. 이번에 등장한 인보사의 구원투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다.

FDA는 11일 코오롱티슈진에 보낸 ‘임상보류 해제(Remove Clinical Hold)’공문을 통해 인보사에 대한 “모든 임상보류 이슈들이 만족스럽게 해결됐다”면서 “우리(FDA)는 임상보류를 해제했으며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임상시험을 진행해도 좋다”고 밝혔다.

이번 FDA의 인보사 임상3상 재개 결정으로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로 이미 국내에서는 퇴출된 인보사로서는 생존을 지속할 수 있는 최후의 발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코오롱티슈진(950160)이 미국에서 인보사의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품목허가를 FDA로부터 받게되면 미국은 물론 유럽등 주요 의약품시장을 판로로 확보할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오롱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이번 FDA의 임상3상 재개 결정으로 인보사를 둘러싼 국내외의 기존 회의적인 시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인보사의 미국 품목허가 획득은 회사의 사활이 달린 문제인 만큼 반드시 이뤄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보사 케이주(인보사)’ 제품.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FDA 품목허가로 기사회생할 것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품목허가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국내 식약처도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를 내줬던 것”이라며 “비록 당초 기재한 인보사 성분이 바뀌었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는 것은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보사는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치료제다.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의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을 3대1로 섞어 주사하는 치료제다. 세계 최초로 세포를 이용한 유전자치료제로 개발돼 코오롱생명과학을 바이오기업 ‘왕좌’에 올렸던 신약이다. 문제는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보건당국에 제출한 서류와 달리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세포로 드러났다는 데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당초 국내 보건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이를 연골세포라 밝혔다. 회사는 이런 상황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기술로는 신장세포라는 점을 확인할 수 없었고 이 사실을 회사도 몰랐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2월에야 이를 알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회사가 허가 당시 2액의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다며 지난해 5월 말 인보사의 품목 허가를 취소했다. 또 코오롱생명과학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까지 했다.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사실에 대한 회사의 인지 시점 역시 2017년인 것으로 식약처는 봤다.

코오롱티슈진은 국내 품목허가 취소에 앞서 지난해 5월 초 ‘성분 뒤바뀜’ 논란이 불거지자 FDA에서도 인보사 임상 3상 진행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은 그해 8월에 1차로 FDA에 자료를 제출해 임상 재개를 노렸다. 인보사는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에게는 ‘평생의 꿈’과 같은 신약 후보물질이었다. 코오롱입장에선 인보사 국내 품목허가가 취소된 상황에서 FDA 임상재개만이 유일한 반전 카드였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네번째 아이’ 다시 살아날까

이 전 회장은 1999년부터 1100억원을 투자해 인보사를 그룹의 차세대 바이오 사업 품목으로 개발했다. 유전자치료제의 개념조차 확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위에서는 인보사 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만류했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에 대해 ‘네번째 아이’라고 할 만큼 애착을 가졌다.

FDA는 지난해 8월 1차 보완자료를 접수한 지 한달 뒤에도 임상 중단을 해제하지 않으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FDA는 이때 오히려 2차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는 신장세포의 특성에 관한 추가 자료로 안정성을 보다 담보하기 위한 요구였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달 11일(미국시간) FDA에 두번째 추가자료를 제출했고 지난 11일 마침내 임상재개 허가를 받았다.

FDA의 임상 재개 결정으로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결정이 도마에 오를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FDA 결정과 관계없이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보사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것과 달리 신장세포이고 회사가 제출했던 자료가 허위였다는 취소사유는 바뀌지 않았다”며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FDA의 임상재개 결정은 식약처의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소송 등의 행정소송과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주주로부터 제기된 투자손실 손해배상소송 등의 민사소송, 인보사 허위자료 제출과 관련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에 대한 수사 등에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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