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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서울 용산역 택시승강장에는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택시를 기다리느라 긴 줄을 섰지만 택시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10분에 한대 꼴로 도착하는 택시에 지친 일부 승객들은 한숨을 내쉬며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쌀쌀한 날씨에 민감해진 한 승객은 “왜 안 오느냐”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대학생 이모(23)씨는 “이 시간대 어렵지 않게 잡히던 택시였는데 오늘은 카카오 택시는 물론 승강장에서도 택시를 못잡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성민(35)씨도 “벌써 20분째 기다리고 있는 택시가 너무 오지 않아 지각할 것 같다”며 “버스가 증편되었다고 하는데 자주 오는지도 잘 모르겠다. 빨리 버스 타고 가야 지각하지 않을 거 같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오전 9시쯤 택시 승강장에는 20명의 승객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 한 대가 오자 “이제야 왔다”며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서울 거주자들이 아닌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택시 파업에 더욱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김상은(51)씨는 “밀양에서 서울대병원에 검진하려고 왔는데 30분째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은 어떡하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안동에서 이날 서울에 왔다는 양진일(73)씨도 “20분째 기다리고 있는데 택시를 못 잡았다. 병원 가야 해서 일찍 버스 타고 올라왔는데 예약시간 안에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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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출근길 택시가 사라져 모처럼 쾌적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김모(33)씨는 “이르게 나와 버스를 타고 출근하면서 도로를 보니 모처럼 탁 트여 기분이 좋았다”며 “퇴근길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큰 문제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와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로 이뤄진 택시 카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제3차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은 카카오 시범서비스를 중단할 것과 출퇴근 시간 규정 등 내용을 담은 카풀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평화롭고 합법적인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공권력이 강하게 대응한다면 평화집회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택시 운행 중단에 따른 불편을 줄이기 위해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시내·마을버스의 ‘집중 배차시간’을 출퇴근 시간대에 30분씩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운행 횟수는 1~8호선 모두 합쳐 약 36회 늘어나고 배차 간격도 줄어든다”며 “시내버스 배차 시간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개인택시에 대한 부제도 해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