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알짜배기로 불리는 지방은행과 증권 계열사와 달리 공룡 조직인 우리은행 매각이 흥행에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지방은행 인수전을 둘러싼 지역 간 대립으로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조기 민영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헐값 매각’ 시비를 비켜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괄 매각 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대했던 정부로서는 분리 매각에 따른 가치하락을 어떤 식으로 만회할지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일단 ‘금융지주법은 피했는데..’ 우리은행 매각이 관건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일괄매각은 유효경쟁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자회사 분리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방은행·증권·우리은행 등 3계열로 분리해 순차적으로 매각을 실시, 몸집을 줄인 우리은행을 마지막에 팔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알짜배기 자회사를 제외한 거대한 공룡 조직인 우리은행을 살만한 잠재매수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몸집을 최대한 줄였다고 해도 자산 규모만 262조원 짜리 은행을 사겠다는 잠재매수자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공자위가 “우리은행의 최소입찰규모는 추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입찰 자격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지분을 쪼개서 팔 가능성을 남겨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덩치가 큰 만큼 이전처럼 최소입찰규모를 30% 이상 등으로 정하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상구 공자위원장은 “지방은행 계열과 증권 계열에 매각에 따라 매각의 가격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어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힘들 듯..정치권 개입 여지도
정부는 우리금융에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 지난 5월말 기준 5조7000억원을 회수했다. 최소 7조원 이상은 받아내야 본전을 찾는 것이지만, 26일 현재 우리금융 주식이 1만원 선까지 떨어진 점을 고려할 때 4조6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통상 주가의 10~30%를 얹어주는 경영권 프리미엄 역시 ‘분리 매각’이라는 점에서 회의적이다.
신 위원장은 그러나 “공자위 판단에 따르면 분리매각 방식을 일괄매각 방식과 비교했을 때 가격차이는 크게 나지 않으며 심지어는 더 가격을 받아낼 수도 있다”며 “이번 매각의 큰 핵심은 시장이 원하는 물건을 파는 실현 가능성”이라고 반박했다.
지방은행의 매각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지역 간 대립도 난관으로 꼽힌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간 인수 대결 과정에서 자칫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 우려도 있다. 외국자본이나 사모펀드(PEF)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의 국민적 반감도 뛰어넘어야 할 숙제다. 남상구 공자위원장은 “법과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내외국인 차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