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이사회 그때 무슨 일이...

사외이사 "배당 반대..1.5兆대출, 신문 보고 알았다"
배당결정 1시간반만에 '뚝딱'..대출 논의 전혀 없어
론스타 이사들 일방통행.."어려울때 도와준 건 우리"
  • 등록 2011-07-07 오후 2:10:00

    수정 2011-07-08 오후 1:53:10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2억원을 담을 수 있다는 사과상자 5000개 분량의 돈(1조원)이 외환은행(004940)에서 빠져나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1일 서울 신라호텔에 모인 외환은행 이사들은 불과 1시간30분만에 1조원의 중간배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찬성 5명(래리 클레인,마이클 톰슨,엘리스 쇼트,유회원,래리 오웬), 반대 3명(김정수,김진호,하용이), 기권 1명(박진근)이었다.

"회의가 오후 3시에 시작됐는데 한시간 반 지나니까 표결에 부치자고 하더군요. 그쪽(론스타)에선 이미 마음먹고 있었던 거죠. 표결에 부치면 당연히 통과되는 것이니까…"

당시 외환은행 이사회에 참석했던 한 사외이사는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은 이날 오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고액배당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그뿐이었다. 클레인 행장 역시 1조원의 중간배당에 찬성표를 던졌다.

다른 사외이사는 "그(클레인 행장)라고 별 수 있겠냐"면서 "오너가 아닌 이상 론스타가 결정하면 최고경영자(CEO)로선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는 9명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형태로 진행됐다. 국민정서, 중장기 성장잠재력 훼손, 현대건설 회생을 위한 외환은행 직원들의 노력을 감안할 때 내부 유보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지만 다수를 차지한 론스타측 이사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 사외이사는 "그쪽 얘기는 `당신들이 어려울 때 위험을 감수하고 도와준 건 우리(론스타)다. 경영실적이 좋고 주주로선 당연한 권리행사인데 왜 안된다고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이 거둔 현대건설 매각이익 100%와 1분기 순이익의 절반이 고스란히 외환은행 밖으로 빠져나가게 됐다. 외환은행 역사상 최대 배당액이자 지난해 순이익(1조213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클레인 행장은 1조원을 배당해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하락효과는 크지 않고, 여유자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외부충격에도 버틸 수 있다며 이사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론스타가 하나은행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기로 한 사실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들조차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론스타는 보유지분(51.02%)을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일반대출 1조2000억원, 한도대출 3000억원 등 총 1조5000억원을 빌리기로 했다. 이 돈의 상환재원은 지분매각이 아니라면 사실상 배당금밖에 없다. 외환은행 건전성 등과 직결되는 사안임에도 이사회에서 논의조차 없이 대출결정이 이뤄진 셈이다. 

한 사외이사는 "계약주체가 외환은행이 아닌 론스타라 우리에게 얘기가 없었던 것 같다"며 난감해했다.  
▲ 외환은행의 1조원 배당은 불과 1시간반만에 결정됐다. 론스타가 하나은행에서 받기로한 대출에 대해선 논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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