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오후 3시에 시작됐는데 한시간 반 지나니까 표결에 부치자고 하더군요. 그쪽(론스타)에선 이미 마음먹고 있었던 거죠. 표결에 부치면 당연히 통과되는 것이니까…"
당시 외환은행 이사회에 참석했던 한 사외이사는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은 이날 오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고액배당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그뿐이었다. 클레인 행장 역시 1조원의 중간배당에 찬성표를 던졌다.
다른 사외이사는 "그(클레인 행장)라고 별 수 있겠냐"면서 "오너가 아닌 이상 론스타가 결정하면 최고경영자(CEO)로선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는 9명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형태로 진행됐다. 국민정서, 중장기 성장잠재력 훼손, 현대건설 회생을 위한 외환은행 직원들의 노력을 감안할 때 내부 유보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지만 다수를 차지한 론스타측 이사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클레인 행장은 1조원을 배당해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하락효과는 크지 않고, 여유자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외부충격에도 버틸 수 있다며 이사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론스타가 하나은행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기로 한 사실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들조차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론스타는 보유지분(51.02%)을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일반대출 1조2000억원, 한도대출 3000억원 등 총 1조5000억원을 빌리기로 했다. 이 돈의 상환재원은 지분매각이 아니라면 사실상 배당금밖에 없다. 외환은행 건전성 등과 직결되는 사안임에도 이사회에서 논의조차 없이 대출결정이 이뤄진 셈이다.
한 사외이사는 "계약주체가 외환은행이 아닌 론스타라 우리에게 얘기가 없었던 것 같다"며 난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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