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방송통신)휴대폰 010정책 바뀌나?

SK텔레콤 ''T링 서비스''로 묘한 분위기
방통위원들, 이동통신사간 구별방법 필요 주장
"010 번호통합정책과 상충"비판 있어 귀추 주목
  • 등록 2008-08-05 오후 2:20:20

    수정 2008-08-05 오후 2:20:20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A대학에 재학중인 김모씨(25). 연극동아리 회장이라 회원들과 잦은 전화로 월 통화료가 10만원 이나 된다. 학생으로선 큰 부담이다.  그런데 김씨는 '010'국번을 가진 회원들과 통화를 할 때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이 사람이 가입한 통신회사는 어디일까.  현행 '010' 국번으로는 가입 통신사를 알 수 없다.  그러다보니 통화 상대방이 '망내할인' 대상인지가 궁금해졌던 것이다.  망내할인은 같은 이동통신사 가입자끼리는 통화료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다.  

정부의 '010' 국번(식별번호) 정책에 변화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010을 없애고 과거처럼 011이나 016,017,018, 019와 같은 식별번호로 돌아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 통신사마다 고유 식별번호가 있어 상대방 국번만 들어도 가입통신사를 알 수 있는 것처럼, 통화음 등 특수한 '식별장치'를 만드는 방안이 방통위 내부에서 신중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신규가입자나, 기존 2세대 가입자가 3세대 WCDMA로 옮길 경우 '010' 번호를 부여해왔다.  011·017은 SK텔레콤, 016·018은 KTF, 019는 LG텔레콤이라는 소비자 인식을 없앤 것이다. 
 
표면적 이유는 가입자 이용혼선 방지나 번호자원 고갈을 막자는 것. 하지만 사실상 이유는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 방지에 있었다. 당시 SK텔레콤의 '011'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 때문에 KTF·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를 위해선 '010' 번호통합정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 방송통신위원회 내부에서 최근 '010' 번호만으로는 소비자들이 이동통신사를 구별할 수 없으니 다른 방식의 구별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통화료 인하와 통화품질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010' 번호통합을 추진할 당시 정책의도와 다소 상반된 견해이기도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SK텔레콤 T링 서비스 문제촉발

방통위가 이통사 구별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SK텔레콤(017670) T링 서비스 문제에서 비롯됐다.

SK텔레콤은 자사망 가입자에게 전화를 걸면 통화가 연결되기 전 '띵띵띠딩띵'하고 들리는 T링 서비스를 실시중이다. '띵띵띠딩띵'이라는 짧은 음원이 SK텔레콤 광고를 통해 이미 인지된 탓에, 전화거는 사람은 이 음원만으로도 전화받는 사람이 SK텔레콤 가입고객이라는 것을 쉽게 알게된다.

문제는 T링이 전화거는 사람의 의사와 무관하게 들리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는지 여부다. 일종의 강제광고인지 여부인 것이다. 지금은 SK텔레콤 가입자 중 희망자만을 대상으로 실시중이었지만, 서비스 초기 일부 가입자는 본인의사와 무관하게 T링 서비스가 실시됐다.

SK텔레콤은 지난 2004년에도 가입자들의 통화연결음 앞에 'SK텔레콤 네트워크'라는 식별음을 삽입했다가 이용자 이익을 침해한다며 서비스 개시 1주일 만에 금지당한 적이 있다.

◇다수 방통위원 "T링, 식별신호로 필요"

이병기 방통위 상임위원은 최근 T링 서비스에 대한 심의를 하면서 "010으로 통일되면서 이통사간 품질의 차별성을 나타내 주는 것이 없어졌다"면서 "타사망 이용시 타사망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면 품질서비스 식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T링은 SK텔레콤 망을 쓰고 있다고 알려주는 식별신호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은 "T링 서비스는 010으로 번호가 통합되면서 식별번호가 못하고 있는 측면을 식별신호가 대신했다는 점에서, 이동통신사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위해 시도해 볼만하다"고 밝혔다.

이경자 상임위원도 "T링은 넓은 의미에서 자사를 알리는 마케팅의 하나"라며 "대중들은 T링이 직접적으로 SK텔레콤 음원서비스라고 밝히지 않더라도 SK텔레콤임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특히 "(이 같은 서비스를) 타 사업자도 못하게 할 이유가 없다"며, 이동통신사간 식별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송도균 부위원장은 "광고는 티저광고처럼 회사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하는게 세련된 것"이라며 "T링이 광고라면 굉장히 세련된 광고"라고 말했다. 

◇'직접광고'는 안되고 '간접광고'는 된다?

경쟁사들은 T링 같은 식별신호가 010 번호통합으로 이동통신사간 구별을 없앤 것과 상충된다는 점에서, 현 정책이 수정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KTF(032390)는 SK텔레콤이 우월한 주파수 자원인 800MHz를 독점 사용하고 있어 통화품질에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통화품질을 구별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아직 주파수 배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가운데, 후발사업자를 위해 진행됐던 식별번호 없애기 정책이 식별신호 정책으로 되살아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LG텔레콤(032640)도 SK텔레콤의 T링은 사실상 식별번호 만큼 효력을 발휘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011'이라는 시각적 식별번호가 사운드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010' 번호통합이 시작되기 전에는 '011'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서 높은 가치를 지녀 소비자 선택을 불러왔다"면서 "당시 정보통신부는 '010' 정책배경에 대해 가입자 이용혼선 방지나 번호자원 고갈 등의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상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 방지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SK텔레콤의 경우도 지금은 3세대 가입이 늘어 전체 가입자 2200만명 중 58%나 '010'을 쓰고 있다"면서 "다시 이동통신사간 식별신호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SK텔레콤은 "가족끼리나 같은 학교 학생들까리 까지도 할인해 주는 망내할인 상품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010 번호는 누가 SK텔레콤 가입자인지를 모르게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는 기본적으로 전화거는 사람에게 통화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KTF나 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의 시장점유율도 많이 따라왔다"면서, 후발사업자를 위한 우대정책을 무한정 베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통화료 할인이나 통화품질 차별을 위해 소비자가 이동통신사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논리다. 때문에 방통위도 구체적 배경 설명은 없었지만, SK텔레콤의 이같은 논리를 인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방통위의 SK텔레콤 T링 서비스에 대한 시정조치 결정은 두 차례 유보 끝에 조만간 다시 의결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관련기사 ◀
☞SK텔레콤 양방향 지상파DMB 어떻게 보나
☞이통사 경쟁완화..보조금보단 결합상품-한화
☞'지상파DMB 보면서 양방향 서비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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