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한주간 시총 3.5조달러 날아가
10일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 경기둔화 우려와 위안화 평가절하로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3조5000억달러(약 4198조원) 날아갔다. FTSE 전세계지수는 한 주간 6.1% 하락했다. 이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새해 첫 주 성적으로는 최악을 기록한 것이다.
충격의 진원지였던 중국의 경우 상하이와 선전, 홍콩증시를 모두 포함해 시가총액이 1조2600억달러 감소했고 일본은 2520억달러, 인도와 한국은 각각 1억4300만달러, 336억달러어치 잃었다. 미국 증시도 1조3600억달러를 공중으로 날렸다.
미국 자산운용업체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만의 윈 틴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지금 이 상황이 새로운 현실이며 글로벌 금융시장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지난 2007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2010년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졌고 이번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에서 불거져 위기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 경제성장 발목
하지만 이제는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성장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7% 성장은 이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0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은 최고 6.7%, 최저 5.8%다.
최근에는 중국내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4%로 6년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특히 생산자물가지수는 12월까지 46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디플레 전조를 드러냈다.
이처럼 기초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주식이나 외환 등 금융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면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만일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글로벌 경제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과 중동지역 종파갈등, 북한 핵실험 등 연초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도 제동
이에 따라 지난해 9년 반 만에 금리인상 테이프를 끊었던 미국도 인상 기조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40% 수준으로 지난달 말 56%에 비해 낮아졌다. 올해 연간으로는 두 차례 정도 금리인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연준 위원들은 점도표상 올해 네 차례 금리인상을 점쳤지만 연초 중국 증시와 위안화 가치 급락에 국제유가까지 하락해 금리를 두 번 올려도 과하다는 인식이 높아진 것이다.
댄 멀홀랜드 크레디트 아그리콜 채권트레이딩 헤드는 “현재의 글로벌 이슈와 공포로 미국 채권 금리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가 하락까지 더해지면서 연준은 잠시 쉬어갈 것이고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시나리오가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