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이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점을 강조, 이른바 ‘통일외교’ 세일즈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틈틈이 새마을운동과 K-컬쳐 전파에도 힘썼다. 다만, 박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이 정치권에 ‘반기문 대망론’을 다시 불 지폈다는 점은 ‘옥에 티’로 평가받는다.
평화 30차례 언급..‘예방외교’에 방점
뉴욕 일정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평화로, 총 30차례 사용했다. 이어 인권(17차례)과 개발(16차례), 북한(14차례), 안보(13차례), 한반도(8차례), 통일(5차례), 도발(4차례) 등의 순으로 단어를 썼는데, 대부분이 북한과 관련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메시지의 방점이 ‘도발 억지’, 즉 예방외교에 찍혔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셈”이라고 했다.
북한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 결집 의도는 지난 26일 미국의 주요 외교·한반도 문제 관련 싱크탱크 대표 및 주요인사와의 만찬 간담회에서 더 분명히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가면서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각종 행사에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5년간 2억달러 규모의 개도국 소녀 지원 △개도국 학교 건립 지원 △유엔평화활동(PKO) 공병부대 추가 파견 등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을 재확인하는 행보를 폈다. 유엔 창설 당시 원조를 받던 한국이 70년이 지난 지금 국제사회의 번영에 기여하는 모범적 중견국으로 자리매김한 점을 알린 셈이다. 박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을 개도국의 ‘신(新)농촌개발 패러다임’으로 제안하며 이 운동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반기문 대망론’ 불 지핀 점은 ‘옥에 티’
여러 성과에도 불구, 의도와 관계없이 반기문 대망론을 힘을 실어준 모습은 논란으로 지목됐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공식·비공식 행사에서 총 7차례 만났다. 대통령이 유엔의 수장과 마주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나, 여권 일각에서 여전히 ‘친박계 차기 대선주자’로 반 총장을 꼽고 있는 만큼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특히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이 ‘박정희 리더십’을 설파했던 지난 26일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서 “한국의 개발경험을 개도국과 공유하고 있는데 대해 박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며 적극적인 화답에 나서는 등 찰떡궁합을 선보였다. 여의도 정가에서 “청와대가 차기 대선 주자로 반기문을 띄운다”는 분석이 꾸준히 흘러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일 뿐 언급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