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29일 11시 39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었던 지난 2007년. 기자의 지인 A씨가 경기도에 아파트를 샀다. 갑자기 큰 돈이 어디서 났냐고 물으니, 자기 돈은 20%만 들어갔다고 한다. 60%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고, 5%는 회사 대출로 마련했다. 나머지 15%는 부친께 빌렸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A씨와 만나 다시 집 얘기가 오갔는데, 표정이 밝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그동안 힘들게 이자를 내왔는데, 집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내 돈 20%조차 온전히 건지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A씨는 "순수하게 내 것이었던 방 한칸마저도 좁아지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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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9일 현대그룹은 신문지면에 다소 당혹스러운 광고를 내놨다. 현대건설 인수비용 중 "자기자금 조달비율이 85.5%"로 4년 전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한 것이다. 시장에 알려진 약 5조5000억원의 입찰가액 중 4조7000억원이 `내 돈`이라는 얘기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앞둔 올 상반기말 이후 기업어음(CP) 5800억원 발행을 포함해 90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조달했고, 6700억원의 회사채를 찍었다. 이 돈은 명백한 차입금이다. 이밖에도 현대그룹은 FI(동양종금증권)로부터 8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프랑스 나티시스은행과 1조2000억원의 대출계약을 맺었다. 이 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어떤 계약 조건을 맺고 있는지 조차 함구하고 있다.
물론, 물건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 매입자금의 출처는 관여할 바가 아니다. 돈만 많이 쳐준다면야 아쉬울 게 없다. 하지만 국가경제와 금융시스템 관점에서 바라볼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파는 물건이 한국 최고 건설회사라면 더욱 그러하다.
`실질적인` 차입금이 얼마인지, 그리고 지나친 레버리지로 인한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시장이 집요한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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