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이 이렇게 말했다. 기업들이 마케팅전략이나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나 국민과 직접 소통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쇠고기 촛불집회의 불똥은 기업들에게도 많이 튀었다. 인터넷포털 기업가치에 영향을 줬고, 새로운 통신서비스는 시험대에 올랐다. 유통업체는 비상이 걸렸고, 광고주들은 곤욕을 치렀다.
◇'포털, 비교를 당하다'
촛불집회의 열기만큼이나 인터넷 포털 경쟁도 뜨거웠다. 뉴스검색을 내세운 전통의 검색강자 네이버와 카페의 강자 다음의 대결이 볼만했다. 포털 1위를 지켜온 네이버는 이번 촛불집회로 인해 다음의 강한 도전을 받았다는 평가다.
포털 전체적으로 트래픽이 늘어난 가운데, 강력한 촛불집회 토론장이 된 '토론게시판 아고라 효과'로 다음이 부각됐다. 다음은 아고라 효과가 뉴스검색으로 이어지면서 네이버 뉴스검색 페이지뷰를 추월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한화증권은 "다음(035720)이 아고라 효과로 검색 트래픽에서 의미있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하반기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다음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촛불집회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상황으로 발전한 셈이다.
이로 인해 증시에서는 촛불집회 수혜주를 찾는 현상도 나타났다. 다음과 함께 촛불집회 현장을 중계한 인터넷방송서비스 '아프리카'를 제공하는 나우콤이 꼽히기도 했다.
◇'주주, 광고주를 압박하다'
최근 한 대기업 홍보 담당자는 하루에만 몇번의 항의전화를 받았다. 이 회사가 신문에 광고를 냈는데 그 중 일부 매체가 기사 논조와 관련 '문제의 매체'로 꼽힌게 원인이었다. 특이한 것은 항의전화중 상당수가 해당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주들임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한 주주는 "기업의 목표는 사회공헌인데 그런 언론을 지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회적으로 해를 끼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한 전자업체 IR 담당자도 비슷한 주주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그에 따르면, 주주라고 밝힌 이들이 전화를 해 `○○신문`에 광고를 주고 있느냐고 확인을 하거나 그러지 말라고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홍보 담당자는 "소비자들이 제품에 불만을 갖고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종종 겪었지만, 주주가 사회적인 이슈를 갖고 기업에 항의를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항의전화를 받고 어찌 설득을 해야 하는 건지 난감했다"고 전했다.
◇'미국 쇠고기를 부인하다'
이번 촛불집회 과정에서 가장 애를 태운 기업들은 유통업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들도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며 진화에 애를 썼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은 그들대로 애를 태웠다. 고객은 다양한데, 미국산 쇠고기를 팔겠다고 할 수도 안팔겠다고 할 수도 없어 눈치만 보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소비자에 반하는 판매는 없을 것"이라는 애매한 입장만 내놓고 추이를 살피고 있다.
◇'입소문을 기대하다'
"6월 이후를 기대합니다."
움직이는 인터넷 '와이브로'를 확대하는데 골몰하고 있는 통신서비스업체 KT(030200)는 이번 촛불집회로 와이브로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시민들이 촛불집회 현장에서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상으로 방송하거나, 인터넷방송을 보기 위해 와이브로가 동원되면서 KT는 와이브로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촛불집회 기간동안 와이브로 트래픽도 늘었다. KTF와의 유통망통합과 요금조정으로 지난 5월 가입자가 이전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인데 이어 이번 촛불집회 효과도 가세해 줄 것을 KT는 바라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집회는 통신서비스를 시험대에 올리기도 한다. 새로운 서비스를 시험해볼 수도 있고, 홍보효과를 노려볼 수도 있다. 물론 새로운 서비스가 급작스런 트래픽 증가나 다른 요인으로 제대로 서비스되지 못하면 악영향을 감수해야 할때도 있다.
이번 촛불집회에서는 집회중심지인 광화문과 시청지역에서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의 통화량이 이전보다 30~40% 늘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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