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강권석 기업은행장의 마지막 편지

  • 등록 2007-11-30 오후 3:28:01

    수정 2007-11-30 오후 3:54:21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긍정적 사고는 사람을 활기차고 의욕적으로 만들지만 부정적 사고는 자기 자신을 쇠약하게 만듭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과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사람은 生과 死를 갈라 놓을 정도로 차이가 큼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30일 오전 타계한 故 강권석 행장(사진)이 나흘 전에 기업은행 전 임직원들에게 남긴 `CEO 편지`가 지인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있다.

▲ 故 강권석 기업은행장
고인은 자신에게 닥칠 일을 미처 예상치 못한듯 공교롭게도 `죽음(死)`을 소재로 긍정적인 사고를 역설했다.

강 행장은 지난 26일 편지에서 "미국 철도회사 직원이 고장난 냉동열차에 갇혀 동사(凍死)한 일화를 최근 읽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동사한 직원이 갇혔던 냉동열차의 냉동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라며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던 그 정비공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공포에 빠져 결국 죽음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행장은 긍정적인 사고를 갖자고 거듭 밝히면서, 기업은행(024110)을 둘러싼 영업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곧 만날 것처럼 "이번 주는 월 말일이 끼어 있어서 (임직원들이) 바쁠 것 같다"며 "그래도 주변 사람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끝을 맺었다.

다음은 고인의 마지막 `CEO 편지(11.26)` 전문.

안녕하십니까? 은행장입니다.

지난 주에 첫눈이 왔습니다. 해마다 첫눈은 많은 이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지요. 여러분도 첫눈에 대한 많은 추억이 있을 텐데 내리는 눈을 보며 잠시나마 지난 날을 회상해보는 여유를 가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미처 못했다면 다음에 내리는 눈을 첫눈이라고 생각하고 잠깐이나마 지난 회상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오늘은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미국의 어느 철도회사 정비공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그는 평소 열심히 일하며 무척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매사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고장난 냉동열차를 수리하게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그만 퇴근시간이 지나는 것도 모르고 일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냉동열차의 문이 열리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동료의 생일 파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은 1시간 일찍 퇴근한 날이었습니다.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영낙없이 냉동열차 안에 그만 혼자 갇히게 되었지요. 점점 날이 어두어지고 냉동열차 안도 깜깜해졌습니다. 순간 그는 이 열차가 냉동열차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점점 추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자신은 냉동열차 안에서 얼어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예의 그의 성실성을 발휘하여 수첩에 자신의 죽는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점점 추워진다. 영하 10일까? 20도 일까?” 등등을 말입니다.

결국 다음날 그는 출근한 동료들에 의해 동사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그 정비공은 얼어 죽었는데 냉동열차의 냉동기능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그 냉동열차는 냉동기능도 고장이 나서 작동이 되지 않는 상태였던 것입니다. 매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그 정비공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공포의 늪으로 점점 더 밀어 넣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긍정적 사고는 사람을 활기차고 의욕적으로 만들지만 부정적 사고는 자기 자신을 쇠약하게 하고 매사를 어렵게 만듭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과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사람은 生과 死를 갈라 놓을 정도로 차이가 많이 있는 것을 우리는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IBK 직원 여러분! 우리 모두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긍정적인 행동을 해 나갑시다. 커다란 목표를 세우고 이를 향하여 열심히 노력하면 어느새 여러분은 그 목표에 근접해 있을 것입니다. 금년 겨울 날씨도 춥고, 경제도 나빠지고, 우리의 영업여건도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지만 푸른 하늘에 ‘성공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합시다.

월말이 끼어 있어서 바쁠 것 같은 한 주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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