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5] "대표 게임사에 물었다"①韓 모바일 게임 시장 진단

  • 등록 2015-11-15 오후 12:58:16

    수정 2015-11-16 오전 9:40:4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치열한 경쟁의 장(場)이 된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 한국 모바일 게임은 지상파TV 광고를 위시한 대규모 광고 마케팅이 아니면 국내에서 흥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신작 내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중국 게임사들의 국내 진출도 한국 모바일 게임사 입장에서는 위협적이다. 자본에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게임사들의 경쟁력 또한 높아지고 있어 국내 시장 수성도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게임 업계에서 나온다.

온라인 게임으로 세계 시장을 놀라게 했던 한국 게임 산업이 이대로 주저 앉아야할까. 한국 모바일 게임의 해법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모바일 게임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넷마블게임즈, 넥슨, 게임빌, 컴투스의 개발 부문 관계자로부터 들었다.

이데일리는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지스타에서 이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가상의 좌담회’를 꾸몄다.

이번 ‘가상의 좌담회’ 참여자는 유석호 넷마블에스티(넷마블 자회사) 대표, 김대훤 넥슨지티(넥슨 자회사) 개발총괄본부 이사, 이규창 게임빌 미국지사 대표, 권익훈 컴투스 게임사업본부 본부장이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석호 넷마블에스티대표, 김대훤 넥슨지티 개발총괄본부 이사, 권익훈 게임사업본부 본부장, 이규창 게임빌 미국지사 지사장.
넷마블에스티는 2012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넷마블게임즈의 개발자회사다. 올해 최고 히트작이자 2015대한민국게임대상 대상 수상작인 ‘레이븐’을 개발했다. 레이븐은 출시 3개월만에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넥슨지티는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을 개발한 국내 대표 온라인 게임 개발사다. 이달 들어 모바일 게임 ‘슈퍼판타지워’를 시장에 안착시키면서 모바일 게임 기업화를 서두르고 있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1990년대 후반 모바일 게임 전문 기업으로 시작해 10년 넘는 해외 진출 역사를 갖고 있다. 게임빌 해외 지사 인력만 200여명, 해외 거점 수만 12곳을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기업중 해외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컴투스는 지난해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워’의 흥행으로 게임 업계 ‘신데렐라’가 된 기업이다. 기존에도 꾸준한 글로벌 흥행작이 있었지만 서머너즈워가 성공하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모바일 게임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음은 이들과의 가상 좌담회 대화 내용이다.

-최근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이 블록화됐다. 상위 게임 기업이 아니면 순위권에 진입하기 힘든 정도가 됐다. 각자 어떻게 진단하나?

△게임빌(이규창 지사장) 다양한 게임이 경쟁하는 미국 시장과 달리 한국 시장은 단일 색(色)이 강하다. 예컨대 한국과 중국에서 유독 역할수행게임(RPG) 장르가 강한 것을 들 수 있다.

△넥슨지티(김대훤 이사)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이 역할수행게임(RPG) 일색이라고 하지만 유행이나 쏠림 현상은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서 모바일 게임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있다보면 대중의 반응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모바일 게임업계도 다양성을 찾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 상황이나 혼란중인 시장도 진정을 찾을 것이다. 게임의 역사가 긴 서구권을 보면 다양한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의 게임 역사도 길어지면서 이같은 구조로 갈 것이다.

△컴투스(권익훈 본부장) 결국 온라인이랑 유사하게 흘러가지 않겠는가. 모바일 시장은 온라인 게임 시장의 변화를 함축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 기업도 종국에 가서 몇 개 남지 않은 것처럼 모바일 게임 기업도 살아 남는 기업은 몇 개 안 될 것이다. 결국에는 자기만의 확실한 독창성이 있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넷마블에스티(유석호 대표) 중요한 것은 과거 온라인 게임의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20여년동안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그래도 온라인 게임의 경쟁력만큼은 세계 최고다. 다만 국내에서 너무 잘되다보니까 글로벌에 진출할 시기를 놓친 것 같다. 해외 진출이 지금보다 쉽지 않은 면도 분명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운 부분이다.

-결국에는 국내 모바일 기업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타진해야한다는 얘기인가?

△컴투스 : 국내 시장은 소수 게임으로 고착화됐다. 정말 치열한 경쟁 모드로 들어선 상태다. 모바일 게임 업체 입장에서는 이 경쟁을 뚫고 가느냐, 그래도 비교적 덜한 글로벌로 가느냐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젠 글로벌 진출이 필수다.

△넷마블에스티 : 다만 모바일도 과거 해외 진출의 적기를 놓쳤던 전차를 밟을 수 있다. (넷마블게임즈가 국내 시장에서 잘나가고 있지만)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 지금 글로벌에 진출해 기반만 잡으면 국내 시장도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고 본다. 대한민국 게임이 글로벌에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는 게 급선무다.

△넥슨지티 :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과거보다 해외 진출이 훨씬 쉽다. 예전 메이플스토리가 해외로 나갈 때 현지화 작업이 너무 힘들었다. 인프라도 없었고, 현지에서도 강력한 로컬라이징(현지화)를 요구했다. 사업자간 협의 과정도 복잡하고 길었다. 지금은 게임만 좋다면 입소문을 통해 알릴 수 있다. 예전에는 하고 싶어도 못했던 것을 지금은 당연하게 할 수 있다.

△게임빌 : 맞는 말이다. 지금은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같은 단일의 앱 마켓으로 전세계 게임 시장이 하나로 연결됐다. 쉽게 말해 게임을 이들 앱 마켓에 올려 놓으면 지구 반대편에서도 즐길 수 있다. 현지에서 게임을 라이브하게 운영하고 유저들과의 소통은 별개이지만 그래도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본다. 그래서 게임빌처럼 일찌감치 해외진출을 타진했던 기업들의 성과가 최근 몇년 사이에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바는 글로벌 게임사 넘버원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게임의 위상을 높이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정말 우리 미국지사 직원들은 박찬호, 박지성과 같은 마인드로 일한다.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각 시장의 특성은 다를 것이라고 본다.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게임빌 : 이미 한국 게임사들의 개발력은 세계 최고다. 글로벌 얘기를 하면서 잘 시도하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 혹은 신중한 접근을 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해외 진출을 못하는 형국이다.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하고 시장 공략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다. 그런 관점에 너무 쉽게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포기한다.

성과가 안난다고해서 쉽게 포기하면 안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중해야 한다. 사실 우리도 해외 비즈니스를 하면서 5~6년 정도 지났을 때 어느정도 인정받는구나 느꼈다.

△넥슨지티 : 맞다. 일단 시도를 하는 게 중요하다. 단기적인 성과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소규모라도 시도를 해보는 게 중요하다. 모든 국가를 개별적으로 공략하겠다고 하는 것도 욕심이다. 일단 게임 회사 자신들만의 원칙을 잡고 세계 어디서나 통용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컴투스 :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회사중 하나로 꼽히는 게 우리다. 우리도 시장 초기 시절 빠르게 진입했던 게 주효했다.

△넷마블에스티 : 우리는 다른 면에서 신중한 입장이다. 국내 사용자들 때문이다. 아직도 사용자들의 요구에 100% 못 맞추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글로벌 진출을 한다면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항상 때가 있는 것 같다.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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