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우 “ADIC, 우리은행 지분 매입의사 확인”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6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말 ADIC를 비롯해 두바이 투자청(ICD), 쿠웨이트 투자청(KIA) 등 중동 지역 국부펀드를 차례로 방문해 우리은행 지분 일부를 매입할 뜻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전담팀을 꾸려 구체적인 조건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명호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 주재로 매각 전담팀을 꾸린 후 구체적인 매각방식을 마련, 오는 10월 중 2차 접촉에 나설 계획이다. 해당국 역시 협상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7월 제시한 우리은행의 과점 매각 방식은 기존 지분 50% 이상을 팔아넘기는 경영권 매각 방식과는 달리, 우선 지분의 30%를 4~10%씩 쪼개 파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동 국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을 과점주주 후보군으로 검토하며 꾸준한 접촉을 해왔다. 중동 국부펀드는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우리은행 지분을 일부 인수하길 원했을 뿐만 아니라 경영권보다는 장기적인 배당수익을 중시하는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ADIC는 적극으로 우리은행을 통해 지분 매입 의사를 밝히며 투자의향서(LOI)를 보낸 상태다.
우리은행 매각작업 급물살
중동국부펀드의 구체적인 인수 의사가 확인되면서 우리은행 매각을 위한 물밑 작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5월 중동 국부펀드와 접촉한 바 있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접촉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이 행장이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우리은행 세일즈(Sales)를 하고 있다”며 “최고경영자(CEO) 로서 신뢰를 줘야 민영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이 행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일단 ADIC가 지분 10%를 매입하면 국내 기관투자자가 나머지 지분을 4~10% 정도 매입, 과점주주 체제를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과점주주체계가 형성되면 우리은행도 본격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설 수 있고 주가가 회복되면 정부가 나머지 지분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은행을 지원한 것은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인데, 지금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상태”라며 “언제 상승할지 모르는 주가만 바라보기보다는 하루빨리 우리은행의 경쟁력을 회복해 금융시장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아부다비투자공사(ADIC)
석유판매로 얻은 수입을 금융투자를 통해 관리하기 위해 1976년 세워진 아랍에미리트의 국부펀드. 자산규모는 6790억달러로 세계 제2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주식 뿐만 아니라 부동산, 사모펀드(PEF)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경영권을 획득해 단기간에 자산가치를 상승시켜 매각하는 형태보다는 안정적인 배당수익에 집중하는 투자형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