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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마라톤 협상을 진행하라”고 촉구한 지 이틀째인 15일에도 각종 이견에 대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난 13일에 이어 ‘회기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할 수 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甲論乙駁)만 반복했다.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과 관련해 연동형비례대표제 적용 의석 기준을 놓고 자중지란(自中之亂) 분위기다.
여권은 본회의를 다음날(16일) 연 뒤 예산부수법안·민생법안을 처리하고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검찰개혁법·유치원 3법(사립학교·유아교육·학교급식법)을 차례로 상정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각 당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현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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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한국당의 ‘회기결정의 건’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을 시간 끌기 꼼수이자 국정 발목잡기로 규정하고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저잣거리 왈패들도 차마 하지 못할 한국당의 속 보이는 ‘합의 파괴’ 때문에 국회의 권위는 먹물을 뒤집어써야 했고, 여야 원내대표 합의는 ‘호떡집 뒤집개’ 취급을 받아야 했다”며 “우선 회기결정의 건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이라는 시대의 억지극을 뚫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애초에 ‘무한 되돌이’를 반복 허용하는 회기결정의 건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은 원리적으로 모순”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다음날 패스트트랙법안을 일괄 상정한 뒤 이르면 오는 19일부터 다시 쪼개기 임시국회를 열어 선거법부터 차근차근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한번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법안은 다음 회기에 바로 표결이 가능하다.
한국당은 강력 반발하면서 결사항전 태세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회기결정의 건 필리버스터에 대해 “법에 할 수 있게 게 되어 있는 것을 할 수 없다고 말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이게 의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할 수 없는 것을 하겠다고 하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우리가 정말 인정할 수 없는 국회의장”이라고 했다.
한국당 내부도 “與 주장 선거법은 손해 안 봐”
다만 이런 거대 양당의 기 싸움보다는 오히려 4+1 협상 상황이 본회의 개최에 대한 복병이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 원내대표 역시 “한국당의 반발보다도,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4+1의 공조 균열이 지난 금요일 본회의를 불발시키는 주원인이 되었다”고 토로했다.
4+1 물밑 접촉을 이어가던 이 원내대표는 결국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 뒤 소속 의원들에게 “4+1 협의에서 선거법 관련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유는 캡(연동형 적용 상한선), 석패율 등과 관련한 이견 때문”이라며 “합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선거법 관련 조정안에 대해 더 이상 협의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지역구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어 연동형 적용 의석이 늘어날수록 손해인 여당과 지역구 경쟁력이 떨어지는 군소정당들의 셈법이 엇갈리는 게 원인이란 분석이다. 민주당은 석패율 역시 “지역구도 해소가 아니라 군소 정당의 인지도 있는 중진들이 금배지를 계속 달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석패율제는 지역구 선거에서 적은 득표율 차이로 낙선한 의원을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제도다.
여당으로서는 4+1이 협상의 종착지가 아니라 한국당과 새로운 논의를 위한 출발점이라는 데 더 고심이 깊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의당·평화당은 본인들 이해만 관철하면 끝난다”며 “한국당을 패싱하고 선거법을 처리했을 경우 후폭풍은 여당 몫이 된다”고 우려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런 누더기 선거법에 찬성하면 어마어마한 역풍이 불 것”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한국당 내부에서는 강경 일변도의 공개 발언과 달리 연동형을 30석 정도에만 적용하는 안은 검토해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도 들린다. 한국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선거법 정도면 우리도 크게 손해 보지 않는다”면서도 “워낙 연동형을 결사반대한다고 말해 놓은 게 있어서 다시 협상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