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면세점 대첩, '빅 카드' 롯데 선택만 남았다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깜짝 빅딜'..경쟁업체 '비상'
정용진-이부진, 정몽규-정지선 '가족끼리 왜 이래'
경기 침체 속 유일한 탈출구 '업계 사활'
'공격이 최선의 방어'..롯데, 전략 수정하...
  • 등록 2015-04-13 오전 10:32:53

    수정 2015-04-13 오전 10:32:53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 예정지로 정한 용산아이파크몰.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15년 만에 신규 허가되는 서울 시내면세점을 둘러싸고 이를 차지하기 위한 유통 대기업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범 현대가와 범 삼성가가 손을 잡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생겨났다. 지금까지 서울시내 면세점 유치 계획을 확정지은 곳은 12일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 설립을 공식화한 현대산업(012630)개발과 호텔신라(008770)를 비롯해 신세계(004170), 현대백화점(069960), SK네트웍스(001740), 한화갤러리아 등이다.

국내 유통 대기업이 일제히 서울시내 면세점에 눈독을 들이고 나서면서 가족끼리 경쟁을 하는 묘한 구도도 생겨났다. 면세점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사촌지간이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오촌지간으로, 삼촌과 조카가 면세점 혈투를 예고해 재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런 가운데 이부진 사장과 정몽규 회장이 가족사를 제쳐두고 경쟁사와 손을 잡은 것은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의 중요성과 절박함을 우회적으로 말해준다.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범 삼성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범 현대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몽규-이부진 ‘적과의 동침’..단점 상쇄, 유력 후보 부상

‘HDC신라면세점’은 현재 현대산업개발이 운영하는 용산 아이파크몰 4개층에 연면적 1만2000㎡의 국내 최대 규모 면세점을 지을 계획이다. 정몽규 회장이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면세점 규모(3~4층, 8500㎡)보다 30% 가량 커졌다.

여기에 현대산업개발의 취약점으로는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유통 경험이 꼽혀왔다. 면세점을 운영해본 경험은 전혀 없다.

호텔신라는 이번 ‘빅딜’의 배경으로 현대산업개발이 면세점 예정지로 정한 아이파크몰이 관광특구인 이태원과 용산공원, 국립중앙박물관, 남산공원 등과 가깝다는 지리적인 장점을 부각해 언급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시내면세점은 입찰 참여사들이 경쟁적으로 입찰 금액을 써내는 공항면세점과 달리 사업계획서 등 정성평가만으로 최종 운영권자를 뽑는다. 그렇다보니 국내 1·2위 면세사업자로 이미 서울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와 신라는 ‘특혜 논란’이 일 수 있어 신규 사업자 선정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HDC신라면세점’의 출현으로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이번 거래로 현대산업개발은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얻고, 호텔신라는 ‘독점 논란’이라는 비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게 된만큼 입찰전 유력 후보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은 업종 형태가 거의 똑같고 경쟁도 치열해 경쟁사간 제휴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며 “적과의 동침이라고 불리는 파격적인 제휴임에도 양사가 손잡은 것은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6일 관세청 심사기준 발표 이후 경쟁 ‘급물살’

국내 유통 공룡들이 이렇듯 노골적으로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지난 6일 관세청이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평가기준을 밝히면서부터다. 이에 따르면 ‘경영능력’(300점)과 ‘관리역량’(250점)의 배점 비중이 가장 컸으며,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와 함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이 포함됐다.

이후 면세점 입지를 놓고 눈치작전을 벌이던 기업들은 전략을 바꿔 사업 예정지를 일찌감치 공개하며 경영능력과 더불어 입지상 우위를 강조하는가 하면,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서는 등 동반성장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신청서 마감은 6월1일이지만 유통 공룡간 사업권 쟁탈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1위 업체 ‘롯데’의 선택에 관심 집중

이제 남은 ‘빅 카드’는 면세점 1위 업체인 롯데의 선택이다. 서울 시내 6개의 면세점 가운데 이미 절반인 3곳의 사업권을 갖고 있는 롯데는 애초 ‘독점논란’을 의식해 입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다시 ‘검토하겠다’로 입장을 선회한 상태다. 롯데 소공동 면세점의 특허가 오는 12월 만료되는데,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롯데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제주 면세점 입찰에서도 신라, 부영과 힘겨운 싸움 끝에 어렵게 사업권을 지켜냈다”며 “관세청이 밝힌 평가기준도 회사에 유리한 측면이 많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이 최상의 방어일 수 있다는 게 롯데의 판단이다.

면세점 2위 업체인 호텔신라가 현대산업개발과 ‘합종연횡’으로 힘을 키운데 이어 롯데까지 가세하면 면세점을 둘러싼 유통 대기업 간 신경전은 그야말로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침체로 백화점과 마트는 몇 년째 답보상태이거나 역신장하고 있지만, 면세점은 최근 4년 새 매출액이 두 배 가까이 느는 등 높은 성장률을 보여 왔다. 특히 작년 시내면세점 규모는 4조5000억 원에 달했다. 유통업계에는 면세점이 유일한 불황의 탈출구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면세점을 둘러싼 유통 대기업 간 혈투는 오는 7월 시내 면세점 신규사업자가 결정된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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