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자본, 유럽 해운선사에 `눈독`…韓조선업에 위협될라

  • 등록 2014-12-11 오전 10:30:00

    수정 2014-12-11 오후 6:41:46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극심한 경기 부진으로 유동성이 말라가고 있던 유럽 해운선사들에게 일본 자본이 새로운 빛이 되고 있다. 엔저(低)를 등에 업은 일본 자본이 유럽 대형 선사들에게 대거 수혈됨으로써 한국과 중국 등에 밀려난 일본 조선업체들에게도 유럽으로부터의 선박 수주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미츠이 스미토모 신탁운용이 프랑스 투자은행인 크레디 아그리콜과 새로운 회사인 `시 브리지 파이낸스`를 세우고 10억달러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유럽 선주들에게 대출해 주기로 했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회사는 내년 1월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글로벌 경기 성장 둔화로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선사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유럽 은행들도 포트폴리오 부문에서 해운선사들에 대한 투자를 대거 줄이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 해운선사들의 유동성 악화 부분을 일본 자본이 메우게 되는 셈이다.

티보 에스코피어 크레디 아그리콜 글로벌 선박부문 대표는 “유럽 은행들이 대출을 급격히 줄이거나 떠난 부분을 일본 펀드들이 메우는 새로운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츠이 스미토모로서는 전통적인 일본 기업들의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고, 우리 입장에서도 세계에서 물동량 기준으로 그리스 다음으로 2번째로 큰 일본 해운업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윈윈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스미토모 미츠이 신탁운용은 선박파이낸싱을 주요 기업대출 사업으로 키워왔다. 현재 82억7000만달러 대출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90%가 국내 선박에 몰려있다. 크레디 아그리콜은 선박업계 투자 규모가 120억달러에 이른다.

엔화 약세와 더불어 일본으로부터 자금 조달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저렴한 비용 등을 이유로 선호했던 중국과 한국에서 벗어나 일본 조선소에서 선박 발주를 늘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가스 등을 운송하는 탱크선박을 운영중인 한 그리스 선주는 “일본의 조선 기술은 세계 최고라는 인식이 있지만 지금까지 일본은 주로 자국 해운업계에 자금 대출을 집중해 왔었다”며 “유럽 기업들의 대출이 마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그리스 해운업계에도 새로운 자금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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