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1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작하며 한시적 도입이라고 강조했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법원의 연이은 효력 정지로 혼란에 휩싸였다. 당초 유흥시설이나 노래연습장 등 고위험시설에 적용한다는 취지와 달리 상점·마트·백화점(3000㎡) 등 저위험시설을 포함, 총 17종 시설로 무리하게 대폭 확대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방역패스가 도입됐지만, 위드코로나 중단으로 두 가지 제도가 동시에 시행돼 예고된 혼선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번 법원 판단으로 서울에선 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가 무력화됐지만, 나머지 지역에선 그대로 시행돼 소비자 혼란과 설 연휴를 앞두고 지역별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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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통해 지난 14일 법원 판결의 취지와 방역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미크론 확산 대응을 위해 이날부터 다음달 6일까지 3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한 상황에서 밀집도 조정 등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방역정책의 스텝은 완전히 꼬였다. 근본원인은 정부의 과도한 방역패스 확대 적용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개 업종에 대해 개별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으로 적용으로 제도 시행의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분한 준비없이 시작한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확진자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패스를 동시에 시행해 혼란을 자초한 결과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29일 위드코로나 이행 계획을 발표하며 방역패스 도입을 공식화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해 소상공인 등의 피해와 피로감 누적으로 거리두기 체계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에 전파 위험이 높은 일부 시설과 요양병원 등 고령·고위험군 보호가 필요한 시설을 중심으로 방역패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달 하루 확진자가 7000명대까지 급증하자 위드코로나를 전격 중단했고, 마트·백화점 등 저위험시설까지 방역패스를 확대했다. 이 같은 국민 자유권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 결국 연이은 소송(행정소송 6건, 헌법소송 4건)으로 이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이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이를 지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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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효력 정지와 관련 엇갈린 법원의 판결로 소비자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날 방역패스 효력이 정지된 서울 시내 백화점과 마트 일부에선 방역패스 대신 QR코드 체크인과 안심콜, 수기 작성으로 출입 명부를 관리하고 있었다. 반면 서울에서 불과 30분 거리인 경기 광명시 하안동과 고양시 등의 주요 마트와 백화점은 여전히 직원들이 방역패스를 일일이 확인했다. 서울 외 지역은 법원 결정 대상이 아니라 17일부터는 방역패스 없이 들어갈 수 없는 상태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경기 대신 서울 마트로 장 보러 가야 하느냐”며 설 연휴를 앞둔 방역패스 풍선효과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 “오미크론 유행이 와서 확진자가 늘어나도 최대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게 목표이지, 확진자가 안 늘어나게 하는게 목표가 아니라는걸 명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