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애플의 앱스토어 개편에 국내 개발사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국내 게임사들만 해도 내년에 준비 중인 신작들의 상품 체계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일부의 경우 아이템 등 상품 가격이 다소 내려갈 것으로도 전망된다. 앱스토어 가격 체계 자체가 유연해지면서 이에 대한 혜택이 국내 이용자들에게도 전파될 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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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7일 앱스토어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 핵심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수수료 기준에 부가세를 제외하기로 한 것이 첫 번째다. 최근 수수료 산정 기준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행위 조사가 이뤄지자, 자진 시정을 결정한 애플의 후속조치로 보인다. 앞서 공정위는 애플이 해외(수수료율 30%)와 달리 국내에서만 부가가치세를 포함시켜 수수료(33%)를 책정하고 있다는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신고에 따라 조사에 나선 바 있다.
그간 애플은 국내 개발사 대상으로 수익 정산시 부가가치세(10%)를 수수료율에 포함시켜왔다. 결과적으로 앱스토어 최고 수수료 30%에 비해 3%포인트가 높아졌고, 이는 국내 개발사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공정위 조사에 백기를 든 애플이 결국 자진 시정을 결정, 이번 대규모 앱스토어 체계 개편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애플 측은 “앞으로 개발자들은 세금 카테고리 정보를 애플에 제공함으로써, 수수료 산정 이전에 부가세 같은 세금을 제하고 수수료를 책정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가격 구간(티어)의 세분화다. 애플은 가격책정 구간을 ‘티어’로 구분해 제공하는데, 기존엔 94개 티어에 불과해 개발사들의 가격 책정 범위가 다소 협소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번 개편을 통해 가격 티어를 900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기존대비 10배 확대된 규모다. 이젠 400원부터 시작해 최대 1600만원까지 가격 등급이 매겨진다. 다만 400원부터 2만원까지는 100원씩, 2만원부터 10만원까지는 500원씩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했다.
세 번째는 결제 통화 확대다. 기존엔 달러 기준으로만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원화를 포함해 175개 앱스토어에 걸쳐 총 45종의 화폐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는 달러 기준으로 애플의 자체 환산비율에 따라 가격이 결정됐는데, 이에 따라 환율 변동이 클 경우 국내 개발사들은 상품 가격을 불가피하게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원화 결제가 가능해지면 이같은 ‘어쩔 수 없는’ 가격 인상도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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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앱 개발사들은 이번 애플의 앱스토어 개편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애플의 앱스토어 개편을 이끈 수수료율 문제가 해소가 됐고, 더불어 가격 구간과 결제 통화의 확대까지 이뤄졌기 때문이다. 앱스토어 입점이 많은 국내 게임사, 웹툰 등 콘텐츠 업체들은 당장 바뀐 앱스토어에 맞는 새로운 상품 및 가격 체계 설계에 나설 계획이다.
A사 관계자는 “아직 앱스토어 개편과 관련해 내부 정책이 결정되지 않아 현재로선 소비자들이 얼마나 혜택을 볼지는 미지수”라면서도 “다만 가격 구간이 늘면서 이용자들의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아이템이나 상품 개발이 가능해져 보다 사업이 유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 업계도 바빠졌다. 올 하반기 애플이 최저 가격 구간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상향하면서 부랴부랴 가격 체계를 변경했는데, 이번 앱스토어 개편에 다시 체계를 손봐야 하는 상황이다. 단가 자체는 변동을 주지 않으면서 패키지를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설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시청권(네이버웹툰으로 따지면 쿠키) 1개 가격을 100원으로 하는 기조는 유지하되, 5개·15개·20개 등 패키지를 잘게 쪼개는 방식이다.
때문에 향후 최종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내년 봄 각 앱 개발사들이 어떤 상품과 정책을 갖고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개발사의 경우 이전 앱스토어 가격 구간 조정에 따라 단가를 올린 경우도 있어서 이번 개편에 따라 다시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다만 대형 게임사나 웹툰 업체들의 경우 단가 보다 다양한 상품들이 많아져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