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먹튀 낙인` 론스타 무엇을 남겼나

론스타 7년간 2.1조 투입 6.8조 회수..수익률 200% 넘어
사모펀드에 은행매각 정당성 현 잣대로 판단하기 어려워
세금납부 등에 여론 향배 결정될 듯..원칙대로 과세해야
  • 등록 2010-11-24 오전 10:15:49

    수정 2010-11-24 오전 10:18:09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두 차례의 매각 계약체결과 파기, 5년에 걸친 형사재판과 공무원의 보신주의(변양호 신드롬)`
 
미국 텍사스 소재의 사모펀드 론스타가 2003년 8월 외환은행(004940)을 인수한 이후 7년간 한국 금융산업에 남긴 주요한 발자취들이다. 이런 부정적 인식에는 투기성 자본의 국내 유입이 바람직하냐는 문제의식이 깔려있고, 이같은 인식은 `먹튀논란`으로 확산되면서 7년간 론스타의 출구전략을 가로막은 주요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외국 자본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한국 금융 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투기성 자본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먹튀 논란`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금융당국의 판단기준은 곱씹어봐야할 대목이다.
 
◇ 론스타 4조대 차익..먹튀 논란 `현재진행형`
 
하나금융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다.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소유한 외환은행 지분 51%를 4조7000억 안팎에 매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64.62%를 매입하는데 들인 원금은 2조1548억원. 지난 2007년 외환은행 지분 13.6% 매각대금 1조1928억원을 합치면 매각을 통한 자금회수는 5조9000억원이다. 여기에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배당금 9333억원을 더하면 전체 회수자금은 6조8200억원으로 불어난다. 세금 10% 납부 여부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하나금융으로부터 현금으로 받게 될 4조7000억원중 대부분이 투자이익으로 남는 셈이다. 원금대비 수익률은 200% 이상이다. 
 
`먹튀 논란`의 핵심은 외환은행의 장기 성장보다 단기차익을 거둘 목적으로 들어온 투기성 자본에게 국부(國富)를 유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냐는 판단이다. 논란은 현재진형이다. 금융당국이 통제범위에 산업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를 반대한 주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먹튀논란` 때문이었다. 
 
론스타의 출구전략은 외환은행 인수 후 3년도 채 되지 않아 시작됐다. 하지만 외환은행 헐값매각이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같은 소송에 휘말리면서 번번히 실패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경과가 어찌됐든 7년간 투자기간이라면 단기 투자라기보다는 장기 투자에 가깝다"며 "투자기간만 따져보더라도 먹튀논란은 과거형 이슈"라고 말했다. 하지만 론스타가 투자수익에만 욕심냈을 뿐 외환은행 장기 성장과 발전을 위한 투자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외환은행 실적개선은 대주주 출구전략탓?
 
`먹튀 논란`의 논리대로라면 애당초 정부가 사모펀드에 은행 경영권 매각을 승인하지 말았어야 한다. 국내 은행법은 은행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금융당국에 광범위한 승인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정부 승인 결정이 맞냐 틀리냐 여부를 현재 시점에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 당시 매각 승인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당시 외환은행은 부실이 확산되면서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뱅크런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국내 은행권 전체에 대한 부실 우려까지 고민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10월 대법원도 외환은행을 헐값 매각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던 7년의 기간동안 외환은행의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이 경쟁은행보다도 개선됐다는 사실은 `먹튀 논란`상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출구전략에만 신경썼다고 평가받았던 대주주가 소유한 은행이 다른 경쟁 은행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2003년 외환카드 부실과 부실여신 대손충당금 등으로 21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2009년 9000억원에 가까운 흑자를 거뒀다. 자산수익률(ROA)도 2002년 0.48%에서 2009년 0.88%로 두배 가량 높아졌으며, 2002년말 10% 밑으로 떨어졌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2009년말 14.89%로 시중은행 최고 수준이다. 이같은 성적표는 외환은행과 자산규모가 비슷한 하나은행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표 참조
 

 
◇ 오락가락 당국 잣대..론스타 세금납부 등에 여론 향배 결정될 듯
 
`먹튀 논란`을 대하는 금융당국의 잣대가 시류에 따라 오락가락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먹튀 논란에 대해 "바깥(외국)에서 사가면 되고 국내에서 가져가면 안된다는 이분법적 논리에는 수긍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인사들은 대부분 김 회장의 이런 발언에 공감한다. 금융당국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방침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은행 건전성에 무리가 가지않는다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2006년 당시에는 금융당국은 `먹튀논란`에 대한 부담과 검찰의 외환은행 수사를 핑계로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주저했고, 결과적으로 론스타가 계약을 파기했던 빌미를 제공했다.  
 
4년간 시차를 두고 발생했던 상황은 지금도 재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산업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방침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방침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국책은행까지 나서서 론스타의 배를 불려줄 필요가 있냐`는 이유 때문이다. 당국 논리대로라면 먹튀논란에서 외국은행과 국내은행은 차별할 수 없지만,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은 차별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은행권 M&A를 수차례 경험해왔던 시중은행들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김승유 회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대 동기로 절친한 관계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아니었다면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괘씸죄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먹튀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해외자본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보다 확고한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 중에서도 법망을 교묘하게 활용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려는 투기자본 속성에 대해서는 과세당국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본주의 원칙상 돈을 투입해 수익을 챙겨가는 자본에 대해 딴지를 걸 수 없듯이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도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론스타와 하나금융간 외환은행 M&A 계약이 체결될 경우 론스타가 납부해야할 세금은 4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은 2007년 이미 론스타의 지분 매각대금의 10%(1192억원)를 법인세 형태로 원천징수한 전례를 들어 과세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당시 론스타는 이런 방침에 불복해 세금 전액을 돌려달라는 청구를 조세심판원에 제기했지만, 조세심판원은 3여년 심리 끝에 지난 8월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론스타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론스타에 대한 반감이 3~4년전 보다는 덜한 편이지만 만약 세금에 대해 불복 움직임을 보일 경우 국민감정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쉽게 승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환은행 매각대금중 1000억원을 기부하겠다던 론스타의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금융권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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