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새 경영실험 시동..키워드 `독립&협의`

이 회장 퇴진·전략기획실 해체
7월부터 계열사 독립경영·사장단협의회 통해 경영 조율
새로운 경영실험 우려도
  • 등록 2008-06-25 오전 11:34:58

    수정 2008-06-25 오후 1:26:18

[이데일리 박호식기자] 7월부터 삼성그룹은 '계열사 독립경영'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경영체제로 전환한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면서 '계열사 독립경영'과 '사장단 협의회를 통한 조율'이란 두가지 경영체제 키워드로 운영된다.

계열사들은 그동안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 및 전략기획실과 협의를 통해 결정해왔으나, 앞으로는 각 회사의 이사회와 주총을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 또 그동안 전략기획실이 해왔던 임원 인사도 각 계열사별로 대표이사 책임하에 결정된다.

하지만 이같은 계열사들의 독립경영은 계열사간 중복투자 우려, '삼성' 브랜드 관리 효율성 저하 등의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삼성그룹에서 우리지주로 옮긴 뒤 "삼성그룹에서 했던 일의 3분의 1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계열사 CEO는 그동안 홍보, 대외업무 등 많은 일을 그룹이 해줌으로 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삼성은 기존 느슨한 의견교환의 자리로 이뤄져왔던 사장단 회의를 7월부터 '사장단 협의회'로 확대해 중복투자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협의회에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좌장으로 삼성전자(005930) 등 계열사 CEO 40여명 가량이 참여한다. 이전에는 계열사CEO와 함께 이학수 부회장 등 전략기획실 팀장(부사장) 이상도 참여했으나 전략기획실 해체로 이들은 협의회에서 빠지게 된다.

그러나 삼성이 '사장단협의회'라는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협의회 자체가 의사결정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 한계는 있다. 삼성 관계자는 "협의회가 기존 사장단 회의보다 계열사들간의 문제를 협의해서 결정하는 역할이 부여되지만, 협의회란게 결정에 대한 구속력은 없다"며 "이같은 경영체제가 국내나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려워 향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 우려되는 점은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계열사 CEO 7명으로 구성되는 비상임 조직인 투자조정위원회와 CEO 6명으로 구성되는 브랜드관리위원회를 두기로 한 것도 이같은 우려를 줄이려는 보완책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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