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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대학 시간강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 이른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추진하고 있는 강좌 수 축소와 그에 따른 강사 해고가 대학 강의의 질(質)을 낮추고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늘어나는 인건비를 각 대학에 일정 부분 지원해주는 대신 법 집행을 보다 엄격히 함으로써 대학들이 강사법 취지에 따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가 제시하는 해법이다.
서울대 지리교육학과 교수인 박배균 민교협 상임 공동의장은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강사법 시행으로 인해 각 대학들이 지금보다 더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 부담은 적게는 1억~2억원, 많아야 3억~5억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대학들이 강사 수를 줄이겠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근 현실화하고 있는 강사 대량 해고 사태와 관련, 그는 “대학들은 강사에 큰 비용을 쓰는 걸 꺼려왔고 기회만 있으면 정교수들의 강의시간을 늘리고 강의를 대형화하고자 했다”며 “때마침 도입되는 강사법을 핑계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사법 시행 부담으로 대학들은 강사를 해고하기 시작했고 생존권에 위협을 느낀 강사들은 교육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박 의장은 “의의로 해법은 간단하다”고 전제한 뒤 “대학들이 강사법 취지를 준수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적극 나서야 하며 필요하다면 대학 평가나 재정 지원이라는 수단을 동원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값등록금 정책 등으로 인해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하다보니 재정이 취약한 대학들이 꽤 많고 대형 사립대 일부를 빼곤 재단 상황도 대체로 열악하다”고 인정했다. 그런 만큼 교육부가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일정부분 지원하되 대학도 공공성과 공익성을 가진 만큼 일부 재정부담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내 강사 처우 개선에 대한 컨센서스를 모은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정교수들 사이에서 강사법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한 경우가 있는데 강사 처우 개선이 길게 보면 제자를 더 키울 수 있고 학문 생태계를 활성화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정교수들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며 이를 대학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의장도 정부 압박으로 인해 법정 인상률 만큼도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게 돼 취약해질대로 취약해진 대학 재정상황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몇몇 대형 사립대를 제외하고는 재정도 취약하고 재단 사정도 열악한 대학들이 많다”며 “실제 국내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금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낮은 게 사실인 만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사립대나 국립대 모두 정부 지원하도록 근거를 만들어 지원금을 늘리되 재무제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사하도록 하는 준(準)공영화의 길을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사학재단들도 이 법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정부 감시를 받는 부분을 꺼려하고 있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이제 본격 논의를 시작해야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