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줄기세포치료제도 의약품이다`

알앤엘바이오 해외시술 논란을 보며
  • 등록 2010-11-22 오후 12:56:55

    수정 2010-11-22 오후 12:56:55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한달 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알앤엘바이오(003190)의 줄기세포 해외시술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이 허가받지 않은 줄기세포치료제의 무단 시술을 차단하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모색하면, 알앤엘바이오는 이를 피해가며 시술을 멈추지 않는 모양새다.

보건당국은 치료 목적의 줄기세포 배양 행위 자체도 위법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면서 불법행위 단속 및 유사행위 방지에 나서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알앤엘바이오는 자사의 줄기세포치료제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다가 이제는 줄기세포 배양센터를 해외로 이전하겠다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같은 숨바꼭질을 보다보면 알앤엘바이오가 `줄기세포치료제를 포함한 의약품의 자격이 무엇인지를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줄기세포치료제를 `의약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모든 의약품은 식약청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아야만 유통이 가능하다. 시판허가를 위해서는 정부가 지정한 기준에 따라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신약의 경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동물실험부터 임상 1, 2, 3상 시험을 거쳐야 하는 것도 환자들에게 투여하기 전에 최소한의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상3상시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시판허가를 받더라도 신약은 6년 동안 최소 실제 환자 3000명에 대해 투여한 데이터를 취합하고 새롭게 추가된 부작용 등을 점검하는 `시판후조사(PMS)`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시중에서 상당 기간동안 수많은 환자들이 안전하게 복용해온 약물이더라도 새로운 부작용이 발견되면 언제든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최근 비만약 `시부트라민`, 당뇨병약 `아반디아` 등은 상당기간 많은 환자들이 안전하게 사용했음에도 "부작용 위험성을 높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시장에서 퇴출됐다.

의약품에서 획기적인 효과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안전성이 확립돼야 의약품으로의 기본 자격이 있다는 의미다. 임상시험 대상도 최초 동물을 시작으로 건강한 사람, 실제 환자 등으로 확대하는 것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환자들에게 투여해서 안된다는 배경에서다. 

알앤엘바이오는 자사의 줄기세포치료제가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알앤엘바이오의 줄기세포치료제와 관련, 식약청이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데이터에 대해 1건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해준 적이 없다.

더욱 위험한 것은 알앤엘바이오를 통해 해외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수천명의 환자에 대한 추적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임상3상시험을 거친 약물도 시판후조사라는 절차를 거쳐 새롭게 나타날지도 모르는 부작용을 점검하는데, 임상1상도 검증받지 않은 약물을 투여하면서도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을 점검할 수 없다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알앤엘바이오는 줄기세포치료제의 허가 기준을 문제삼으면서 이제는 해외에서 배양을 하고 환자들에게 계속 줄기세포 시술을 제공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알앤엘바이오의 주장대로 식약청의 줄기세포치료제의 허가 기준이 불합리하다고 치더라도 현재 적용되고 있는 기준은 지켜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알앤엘바이오를 제외한 대부분의 연구자나 업체들은 지금도 묵묵히 정부의 기준대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알앤엘바이오뿐만 아니라 모든 연구자들은 직접 개발중인 약물에 대해 남다른 애착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약물의 객관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은 스스로 판단하는게 아니라 보건당국을 통해 인정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어느 약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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