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무대 연출의 노장 국수호(62)가 2000년 전 사랑의 전설을 담은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를 서양발레와 전통춤극으로 잇따라 선보인다.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발레단의 <왕자호동>과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남산국악당 무대에 오르는 <낙랑공주>가 그것. 한 사람이 같은 소재를 비슷한 시기에 서양과 동양의 춤극으로 각각 표현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수호는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과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을 총연출하면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바 있다.
먼저 막이 오른 국립발레단의 <왕자호동>은 국수호가 총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애초의 우려와 달리, 서양의 클래식 발레에 한국 전통의 콘텐츠를 입혀도 ‘충분히 볼 만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동·서양의 결합이 무대예술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무용평론가 문예령씨는 “실력 있는 무용수들과 다양한 볼거리로 대중의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의상은 이질적인 동·서양의 요소가 오히려 조화를 이루면서 무대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몬테카를로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신데렐라>, 장이머우가 연출한 중국국립발레단의 <홍등>에서 환상적인 발레 의상을 선보인 제롬 카플랑은 <왕자호동>에서 한국 전통의 실루엣을 살리면서도 춤을 방해하지 않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의상을 내놓았다.
안무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검무·태권무 등 남성 무용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군무. 한국춤이 발레와 가장 잘 결합한 장면이다. 주작의 2인무와 한 줄기 밝은 빛 속에서 죽은 낙랑공주와 호동을 향해 흩뿌려지는 붉은 꽃잎의 이미지도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부분도 적잖은 게 사실. 전홍조 순천향대 예술학부 교수는 “전체적으로는 굉장히 잘 나왔다고 판단하지만, 2막 연꽃들의 춤 등은 군무의 특성을 살려 스펙터클하게 꾸미고 무대미술도 좀더 화려했으면 좋을 듯했다”고 말했다. 국수호는 “<왕자호동>은 한국적 소재의 세계화에 주력한 작품”이라며 “서양의 오케스트라, 의상, 장치에 고구려·낙랑시대의 요소들을 세련되게 입히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은 <왕자호동>과 관련해 “10년 후를 내다보고 만든 작품”이라며 “꾸준한 손질과정을 통해 국립발레단의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 세계시장에도 내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수호의 또다른 춤극 <낙랑공주>는 주인공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를 창과 무용으로 표현한다. 낙랑공주의 창은 국립창극단 박애리가 맡고, 호동왕자는 같은 예술단 소속의 남상일이 이끌어간다. 낙랑공주의 춤은 구자은·박수정, 호동왕자의 춤은 송설·표상만이 춘다. <벽속의 요정>의 배삼식씨가 대본을 쓰고 국립창극단 이용탁 음악감독이 음악을 맡았다.
국수호 연출은 “<왕자호동>은 지난해 1월부터 대본을 쓰고 작곡자, 의상 등 총연출에 들어갔고, <낙랑공주>는 올 6월 제안을 받아 연출을 맡게 된 것”이라며 “<왕자호동>이 호동의 입장에서 낙랑공주를 바라보며 해석한 작품이라면, <낙랑공주>는 낙랑의 입장에서 호동을 바라보며 해석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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