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헌책 골목'' 개발에 맥 끊기나

기억이 숨은 보물섬 헌책방
  • 등록 2008-10-09 오후 12:00:03

    수정 2008-10-09 오후 12:00:03

[조선일보 제공] "고등학교 때 독어 참고서 사려고 배다리 헌책 골목을 처음 찾았다가 헌책의 매력에 빠졌어요. 사람들이 헌책을 외면해 헌책방이 하나 둘 사라지고, 심지어 거리를 잘라내는 산업도로까지 들어선다니 마음이 아프네요."

전국 헌책방을 돌며 책 '헌책방에서 보낸 1년'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낸 최종규(32)씨는 인천 배다리 헌책 골목과 함께 자라고 어른이 된 '배다리 사람' 중 하나다. 최씨는 "개발 논리에만 초점을 맞춰 인천 문화의 상징인 배다리 골목을 절반으로 뚝 자르다겠다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인천시가 추진 중인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국제강 간 도로'는 지난 5월 주민대책위가 감사원에 '산업도로의 타당서에 대한 감사 청구'를 내며 잠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한때 헌책방 수십 개가 늘어서 있던 동인천역 부근 배다리 골목에 남아 있는 헌책방은 이제 여섯 개. 책방서 만난 손님들은 "30년 넘는 역사 덕에 책의 양과 질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랑이 대단했다.

아벨서점(032-766-9523)은 배다리 헌책 골목의 '심장' 격이다. 서점 앞 게시판엔 배다리 골목에 관한 기사들이 촘촘히 붙어 있고 지난해 11월부턴 매월 한 번씩 시인을 초대해 무료로 '배다리 시 낭송회'를 갖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 73년부터 배다리에서 책방을 운영해왔다는 주인 곽현숙(59)씨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것 같은 흐뭇한 표정으로 달게 책을 사가는 이들을 볼 때 제일 기쁘다"고 했다. 일일이 깨끗이 닦아 책장에 장르별로 꽂은 책들이 단정하다.

한국전쟁 당시 함경도에서 내려와 책방을 차렸다는 삼성서림(032-762-1424) 이진규(79)씨는 '배다리 1세대'다. 약주 한잔 걸치고 있을 때도 많지만, 원하는 책을 말하면 산더미 같은 책 사이에서 3분도 안 걸려 정확히 책을 찾아준다. 그 옆 한미서적(032-773-8448)은 아버지로부터 책방을 물려 받은 '배다리 2세대'가 주인. 책방에 책이 없으면 인터넷을 검색해서라도 찾아주는 '친절 서비스'를 자랑한다. 최종규씨의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2(032-763-4636 ·10월 중순까지 임시 휴관)', 양조장을 개조한 문화 공간 '스페이스 빔(032-422-8630)' 등 배다리를 아끼는 젊은이들이 만든 작은 문화 공간들이 쇠락한 듯 보이는 골목에 생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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