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항소심 15번째 공판에서 재판부는 “당시 김준홍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변호인과 논의한 전략에 따라 ‘나 혼자 한 일’이라고 거짓말을 한 상황이었는데, 녹취록을 보면 김원홍이 ‘니 하고 나하고 한 일’이라거나, ‘형제분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다”면서 “모든 과정을 둘이 안 다면 이런 말로 강요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라고 강하게 의심했다.
재판부는 또 “지금까지의 증거를 보고 둘이 아는 정황을 보면 김원홍이 ‘순수한 펀드’라고 언급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김준홍 전 대표는 “당시에는 재판이 진행 중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라는 코치나 강요로 들렸다”면서 “순수한 펀드라는 의미는 처음에 검찰에서는 베넥스가 가짜라고 까지 주장했는데, (1심에서는) 펀드 자체는 정상적이었다는 전략이 잘 통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 부분(순수한 펀드)은 어느 정도 밝혀진 것 같다’고 김원홍에게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의혹을 제기한 김원홍 씨와 김 전 대표 간 녹취 파일은 2012년 7월 2일 김 전 대표가 1심 재판 중 보석으로 풀려났을 때 전화통화한 내용이다.
김준홍, 2011년 12월 2일 회장 유죄 가능성 언급..빠른 녹취록은 12월 8일
그러나 김준홍 전 대표의 진술은 검찰 수사 이후 수차례 바뀌어 왔다. 1심 중에는 단독 범행임을 끝까지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때에는 ▲SK(003600)계열사가 동원된 펀드의 구성과 선입금, 450억 원 펀드 자금 유용(김원홍 씨에게 송금) 모두 혼자 한 일이라고 했다가(2011년 11월 20일~11월 27일 회장 형제 무죄)▲펀드 구성에는 최 회장이 관여했지만 송금은 혼자 한 일이라고 진술을 번복했고(12월 2일 진술 번복. 회장이 펀드와 선입금 개입, 회장 유죄 가능성 언급)마지막에는 ▲펀드 구성 등은 혼자 한 일이고, 송금은 최재원 수석 부회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12월 10일 또 다시번복. 부회장 요청으로 450억 송금, 부회장 유죄 가능성)이라고 진술을 바꾼 것이다.
1심 공판이 열리던 2012년 10월 26일 재판정에서는 이 같은 진술 변화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측이 해석을 두고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공판에서 김원홍 씨와 최재원 수석부회장 간 전화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이 추가로 재생되면서, 김준홍 전 대표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2011년 12월 8일 녹음된 파일에는 김준홍 전대표가 혼자 살려고 한다는 걸 탓하는 대화가 담겼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역시 “당시에는 김준홍 전 대표가 (회장 형제) 관여사실을 증언하지 않았는데 앞뒤가 안 맞는다”며 녹취록이 나중에 녹음된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 역시 김 전 대표가 12월 2일 검찰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해 회장이 펀드와 선입금이 개입했다고 증언한 것에 비춰보면 녹취록이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오후 공판을 속개해 녹취록의 진정성 여부를 추가로 신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