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린 방통위 이계철호 넘어야할 과제는?

이계철 방통위원장 9일 공식 취임
  • 등록 2012-03-09 오후 4:00:05

    수정 2012-03-09 오후 4:00:05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공식 취임했다.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은 무산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직권으로 임명, 임기를 시작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의 중도 사퇴로 주어진 임기는 2년이지만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방통위 자체가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방통위를 해체하고 독임제 형태의 정부부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당은 정통부를, 야당은 정보미디어부를 제시했다.

그러나 1년여의 짧은 기간동안 이 위원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취임 직후 결론을 내야할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지난해말 지상파 방송국 3사와 재송신 단가 문제를 두고 마찰을 빚던 케이블TV측이 KBS2 채널의 재송신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방통위는 강력 제재하겠다고 밝혔지만 3개월째 제재수위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삼성의 스마트TV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던 KT의 징계문제 역시 역시 이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다. 방통위는 KT(030200)에 스마트TV 이용자에 대한 사과와 피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KT는 한달째 묵묵부답이다.

KT와 얽힌 문제는 또 있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KT는 수년째 KT의 통신관로 개방 문제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교통정리에 나선 방통위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각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민감한 사안이다.

통신요금 인하 문제는 이 위원장의 어깨를 가장 무겁게 할 과제다.

선거의 계절이 눈앞으로 닥쳐오면서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통신요금 인하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동통신재판매(MVNO), 휴대폰 블랙리스트 제도 등 휴대폰 요금을 끌어내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시행에 들어갔거나 준비중이지만 당장 피부에 와 닿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이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통신사간의 경쟁을 부추겨 자율적인 요금인하 움직임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카카오톡 등 대체 통신서비스의 등장과 롱텀에볼루션(LTE) 투자로 수익성이 악화된 통신사들이 이 위원장의 복안대로 움직여줄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제4이동통신 선정, 700MHz 주파수 할당,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 등의 현안이 이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측근 비리로 최 위원장이 물러나면서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리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공무원 조직의 생리에 정통한 이 위원장이 장악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조직 해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무기력에 빠진 구성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단이 마땅찮다.

방송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방통융합을 목표로 출범했지만 균형감을 잃은 정책으로 통신과 방송 두 토끼를 모두 놓치는 우를 범했다"며 "원칙에 충실한 정책 집행으로 방통위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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