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국가정보원이 민간 통신장비 업체(나나테크)를 통해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의 불법감청프로그램 RCS(Remote Control System)을 수입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 3사는 관련 의혹이 제기된 9일부터 13일까지 메인뉴스 프로그램에서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메인 뉴스에서 관련 보도를 내놓은 것은 이병호 국정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연구용으로 구입했을 뿐”이라고 답한 어제(14일)가 처음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의원(새정치연합)에 따르면 이 사실이 국내에 처음 알려진 7월 9일부터 언론 등이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유출된 자료를 분석해 새로운 사실들을 속속 밝혀내고 있는 7월 13일까지 지상파3사 메인뉴스프로그램에서는 단 한 번도 이 사안을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JTBC 메인뉴스프로그램인 <뉴스룸>에서는 7월 10일 1건을 보도한 것을 시작으로, 11일과 12일에는 각각 2건을 보도했고, 13일에는 4건의 리포트와 함께 1건의 앵커브리핑, 1건의 전문가 인터뷰까지 모두 6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최 의원은 “이탈리아 해킹팀이 7월 6일 누군가로부터 해킹당해 400GB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외신에서는 보도가 속속 이뤄졌고 그 데이터 속에 RCS 거래 당사자로 한국의 ‘5163부대’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국내 언론에서는 7월 9일까지 몇몇 보안관계 언론매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다 못한 프로그래머 한 명이 직접 유출자료를 입수해 분석하고 외신을 번역해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장문의 글로 쓴 7월 9일 이후에야 겨우 언론 보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면서 “언론의 나태 혹은 무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안이 전문가의 노력으로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평했다.
최 의원은 “매일같이 정치·시사이슈를 쏟아내고 있는 대다수 종편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정권에 장악된 탓인지 지상파방송 또한 철저히 이번 사안을 외면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