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서 물가 상승 기조에 편승해 기업 이익만 늘리려는 일부 업체의 얌체 상혼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오렌지 원액의 경우 지난해 가격이 2009년보다 평균 22% 하락했으나 소비자 가격은 5% 인상됐다. 고추장은 원재료가격이 평균 15% 올랐지만 인상폭은 이보다 큰 20%였다. 식품업체들은 오히려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인건비나 물류비도 덩달아 오르는 것을 감안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업체들의 단골 해명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최근 코카콜라가 가격인 최대 8% 올렸는데, 설탕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5%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은 설득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일부 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정유업계도 이 같은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정부가 정유사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미운털이 박혀도 깊게 박혔다`고 할 정도로 차갑다.
이 인사의 발언은 소비자가격에서 휘발유 기준으로 60%를 차지하는 유류세금이 살인적인 고유가의 원인이라는 여론을 다분히 의식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작년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고유가를 빌미로 정유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는 정부의 시각이 괜한 게 아님을 보여준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옛 SK에너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9078억원 보다 90% 이상 늘어난 1조7000억원을 넘어섰고, S-Oil 영업이익도 전년 2912억 원보다 160% 이상 늘어난 7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수익 창출이 목적인 기업들에게 나라가 어렵고, 국민들이 힘들다고 수출을 통해 얻는 수익을 내수로 돌려 고통을 분담하자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서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으로 비쳐진다면 업체들도 장기적으로 득될 게 없다. 독과점 시장의 비효율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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