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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행장은 취임 직전 개인영업담당 부행장으로 있으면서 `덕장(德將)` 스타일로 분류됐다. 직장인이라면 알겠지만 영업담당 임원은 부하직원들을 품어주기보다 `쪼는` 위치에 가깝다. 영업조직의 실적이 회사 전체의 성과를 좌우하다보니 어찌보면 독한 사람이 어울릴만한 자리다. 민 행장은 그런 자리에 있으면서도 직원들의 마음을 얻었다. 영업성과도 뛰어났다고 한다. 지난해 국민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직원 1300여명 대상의 설문조사가 있었는데 당시 민 부행장은 후보군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고 한다. 노조가 "민병덕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의 행장 선임은 개인이나 조직 모두에게 축하할 만한 일"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을 정도다.
하지만 민 행장은 변화를 택했다. 금융권 사상 최대규모인 3200여명으로부터 희망퇴직을 받았고 최근엔 업무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 230여명을 성과향상추진본부로 발령냈다. 노조의 행장실 앞 농성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무조건 코스트(비용)을 줄이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압니다. 더구나 근본적으로 나쁜 사람, 실력이 안좋은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원망도 많을 겁니다. 그래도 조직발전을 위해서라면 누군가는 해야합니다"
그는 `이제 국민은행은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이냐`는 질문에 "만만치않다", "낙관적이지 않다"는 말로 대신했다. 지금까지 인사와 조직문제 등 내부의 굵직한 현안을 다룬 것도 당장 이달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매진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고 설명했다.
누군가는 민 행장을 `용장(勇將)`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덕장`이었을지 몰라도 위기국면에선 누구보다 앞장서 싸울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가 신년사에서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하면 능히 이길 수 있다는 뜻인 `선즉제인(先則制人)`을 언급한 것도 `용장`의 모습을 드러내겠다는 대외적인 선언인지도 모른다. 국민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도 은행간 치열한 경쟁에서 내부의 허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의 변모가 국민은행을 어떤 식으로 탈바꿈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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