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진도 여객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사흘째. 정부를 통해 발표되고 있는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안산 단원고등학교의 분위기는 깊이 가라앉았다.
학교 4층에 마련된 상황실에는 약 50여 명의 실종자 가족들과 학생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생존자 명단에 아직 이름이 나오지 않은 실종자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강당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사흘 내내 한자리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한 할머니는 “손주 이름이 (생존자 명단에) 나오지 않았는데 잠이 오겠냐”며 “2학년 6반 000인데 기자 양반도 알게 되면 꼭 좀 알려달라”며 시종일관 눈시울을 붉혀 안쓰러움을 더했다.
단원고 선후배들을 비롯해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이 무사귀환을 기원 행렬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교실 창문과 책상에는 실종 학생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꽃과 메모들이 붙어 있다.
기원 메모를 붙인 한 학생은 “인근 학교 학생인데 친한 언니가 실종돼 무사 귀환 메시지를 남기러 왔다”며 “빨리 집에 돌아와 함께 놀러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실종자 학생의 학부모는 기자 회견을 자처하며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꼬집었다.
2학년 7반 실종자 심 모군의 학부모라고 밝힌 그는 “정부는 처음부터 배 안에 있는 290여 명이 다 죽었다고 보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사건 발생 후 정부와 기자들을 믿고 내가 가진 자료를 모두 줘가며 빠른 구조를 요구했지만 전혀 진척이 없다”며 “일부 언론은 추측보도를 남발했고 학교는 상황설명을 하지 않은 채 책임 관계자도 학교에 배치하고 있지 않다”고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