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가 정연두(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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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닷컴 제공] 작가 정연두씨(40)의 작품 세계를 특정 미술 장르에 가둬 규정하기는 어렵다. 미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정씨는 ‘사진’으로 이름을 알렸고, ‘비디오아트’로 명성을 굳건히 했다. 이번에는 신작 ‘시네 매지션(Cine Magician)’에서 ‘영화와 마술공연’을 접목하는 방식의 새로운 예술 문법을 들고 나왔다.
그는 공연 형태의 이 작품에서 ‘비논리적인 풍경’을 콘셉트로 잡고, 마술사 이은결씨를 섭외했다. 이씨는 무대 위에서 라이브 공연을 벌이고, 영화 스태프들은 마술공연과 관객을 함께 촬영해 스크린으로 실시간 상영한다. 2중·3중인 겹구조 형식에서 마술사, 관객, 촬영·조명 스태프들이 무대·화면을 구성하는 주체가 되면서 공연과 미술·영화의 종합이 시도되는 작업이다.
정씨는 “보통 영화(공연)를 만드는 사람과 영화관에서 보는 관객 사이의 긴장감의 강도가 다른데, (시네 매지션에서는) 무대·관객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긴장감이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여름-봄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풍경 스크린을 통해 그의 작품 특징 가운데 하나인 한국적 상황·풍경의 맥락을 반영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어온 정씨는 장르의 경계 앞에서도 거침없어 보인다. 공인된, 그래서 ‘안전한’ 자기 장르·방식에 안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장르를 설정하고 아이디어를 짜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적당한 매체 방식을 찾다 보니 다른 장르, 새로운 장르를 건드리게 된다. 장르를 배우면 배운 만큼 (그 장르에) 한정돼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없다는 제약을 느낀다”고 밝혔다. 장르는 도구이자 매개일 뿐 작품의 상부 구조는 아이디어라는 설명이다.
| ▲ 정연두 작가의 ‘시네 매지션’은 마술공연과 영화를 접목한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다. 마술사 이은결씨가 마술공연을 벌이고, 촬영 스태프들이 공연과 관객을 함께 촬영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스크린으로 보낸다. 관객은 공연과 화면, 일하는 스태프, 스크린에 비친 자신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사진은 11월 ‘요코하마 페스티벌’에 전시될 ‘시네 매지션’ 중 이씨가 무대에 등장하는 장면. | 국제갤러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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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서울 소격동 옛 기무사에서 열린 ‘플랫폼’에서 선보인 ‘공중정원’은 아이디어와 장르의 역학 관계를 잘 보여준다. 정씨는 “기무사 옥상에서 옛날 왕궁(경복궁)을 보고 놀랐다. ‘그동안 내가 왜 못봤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했다. TV 프로그램 <역사스페셜> 형식을 빌려 아이디어를 실현해 나갔다. 옥상에 무대를 설치한 후 경복궁의 실제 풍경을 배경으로 양복 입은 진행자를 등장시켰다. “제가 ‘아줌마’ 같아서 주변에 관심이 많습니다. 일상의 궁금증, 살면서 이루어지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지요. 사실 제 아이디어는 바보스럽기도 하고, 제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해도 ‘예술이니까’ 하고 봐주셔서 편하게 작업합니다.”
그의 작품은 해외에서 먼저 주목하고 반응한다. 지난해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에 이어 두 번째로 정씨의 작품을 상영하고, 구매했다. 신작 ‘시네 매지션’은 오는 11월 일본 ‘요코하마 페스티벌’, 미국 뉴욕의 ‘퍼포마 비엔날레 09’에 초대받았다. ‘공중정원’도 영국의 ‘2009 프리즈 아트 페어’에 선보인 뒤 판매됐다. 계속되는 해외에서의 성취. 그러나 작가는 담담하다. “어느 곳에서 전시를 해도 그건 과정이지 목표는 아니다.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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