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가 앞으로 두달간 기존 채권단을 대체할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FI)를 찾을 경우 대우건설에 대한 경영권은 유지할 수 있게 되지만, 풋백옵션 리스크는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 반대의 경우 금호그룹 계열사가 감당해야 할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 그룹 지배 구조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과 금호그룹은 오는 7월말까지 대우건설 풋백옵션 리스크를 부담할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를 찾지 못할 경우, 대우건설 경영권을 산은이 주도하는 사모펀드(PEF)에 넘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무구조개선약정(MOU)를 지난 1일 체결했다.
당초 산은은 금호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32.55%)과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38.6%) 일부를 매입하겠다고 금호그룹을 압박했다.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에는 오는 12월 15일 주식을 3만1500원에 되사준다는 `풋백옵션`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금호그룹은 오는 9월말까지 채권단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매입할 재무적 투자자를 찾겠다며 맞섰다. 당초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경영권 매각에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팽팽하게 맞서던 양측의 입장은 채권단이 오는 7월말까지 금호측 자구 노력을 지켜본 후 자구안이 미흡할 경우 산은 안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절충됐다. 금호가 앞으로 두달간 시간을 번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는 채권단 보유 지분을 전량 매입해 줄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금호안은 풋백옵션이 걸려있는 채권단의 일부 지분만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에게 넘기는 내용이다. 현재 채권단이 가진 풋백옵션 리스크가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에게 옮겨가는 구조다. 대우건설에 대한 금호그룹의 지분구조에는 변화가 없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산은안은 금호그룹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까지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대우건설 주가에 따라 금호 계열사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금호그룹 지배 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주형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대우건설 주가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금호 계열사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현재 주가 수준에서 매각할 경우 재무제표에 대규모 투자유가증권 매각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이 경우 금호산업(002990)이 갖고 있는 그룹 지주회사의 위치도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매각 손실은 그룹 내 금호산업의 최대주주(21.56%)인 금호석유(011780)화학에도 지분법 평가 손실을 초래한다.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풋백옵션 리스크는 금호그룹이 앞으로 2개월간 기존 채권단을 대체할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를 구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이에 대한 금융권과 금호그룹측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금호그룹 고위 관계자는 "대우건설 풋옵션에 관심을 보이는 유력한 재무적 투자자들과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투자자 유치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반면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1분기 기준 금호그룹의 주요 6개 계열사 중 흑자를 내는 곳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뿐"이라며 "재무적 투자자를 구하기엔 시각이 촉박하다는 점과 올 하반기 금호그룹의 회사채 만기가 계속해서 돌아오는 점 등으로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평가했다.